과세특례제도 폐지를 보며…

2000.07.03 00:00:00



지난 7월1일자로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제도가 폐지됐다. '77.7.1 부가가치세가 도입된 지 만 23년만이다. '77년 도입이후 제도의 정착을 위한 보완은 수도 없이 많았겠으나 일반과세와 과세특례를 근간으로 하는 골격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때문에 과세특례의 폐지는 적어도 부가가치세에 있어서만큼은 획기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렇듯 대사건을 맞이하는 납세자들의 반응은 너무나 무덤덤한 것 아닌가 싶다. 꼭 호들갑을 떨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과세특례의 폐단을 지적하고 폐지를 주창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던 학자나 전문가그룹에서조차 반응이 없다는 것은 왠지 서운함을 자아낸다.

과세특례제도는 부가가치세 도입 초기 조세저항을 줄이고 오늘날 한국적 부가가치세의 성공을 가져오는데 기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과세특례가 폐지돼야 하는 당위성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가운데서 가장 원초적인 것은 낮은 세율이다. 최종 소비자가 싫든 좋든 10%씩 꼬박꼬박 내는 부가가치세를 사업자들은 과세특례라는 미명하에 부가가치세의 대부분을 소득화 해 왔다. 세금을 성실히 내는 사업자가 고작 2%를 내는 것으로 대리납부해야 할 세금을 착복한 횡령죄(?)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다. 세금을 대리 납부해야 할 사업자들이 최종 소비자들이 낸 부가세도 자기의 소득인 양 착각하게 만든 원죄를 묻지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세금을 적게 낼수록 유능한 사업자인 양하는 납세의식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 주범이었다.

과세특례 폐지 당위성의 또 하나는 일반사업자들의 탈세 동기를 부여한 점이다. 과세특례가 있었기 때문에 소액 분산과 세금계산서 조작을 통한 매출 누락 및 탈세가 가능했다. 따라서 과세특례 폐지의 목소리는 언제나 당당했고 당국자들의 목을 죄었던 것도 사실이다. 과세특례의 폐지는 그만큼 부가가치세사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그런데도 당국자들의 용단 있는 개혁의 공을 인정하기 싫어서인지 공치사 한마디가 없다. 물론 거기에도 사연이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했는데 공치사는 무슨……. 과세특례란 말만 없어졌지 간이과세나 과세특례나 그게 그것 아닙니까.” 맞는 얘기다. 문민정부 시절 간이과세가 도입될 당시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또 다른 기형'이라고 얼마나 많은 비난을 퍼부었던가. 과세특례보다도 더 많은 비난을 받았음을 기억할 것이다. 때문에 간이과세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과세특례의 폐지는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간이과세가 과세특례와 비슷하다고 해서 과세특례폐지의 의미를 왜곡할 일은 아니다. 우선 간이과세 적용을 받아 왔던 27만여명이  일반과세자로 과세유형이 바뀌었다. 그리고 과세특례가 간이과세로 승계된 것 같이 보이나 세금계산서의 수취나  당국의 관리 면에서는 과세특례에 비할 바가 못된다.  세금계산서와 신용카드 매출전표가 아니면 증빙으로 인정해 주지 않음으로써 최소한 일반과세자들의  소액 분산을 통한 매출 누락은 어렵게 됐다. 

그만큼 개혁적 조치였기에 당국에서도 과세특례에서 간이과세로 전환됨에 따른 세 부담 증가와 이에 따른 조세저항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과세제도가 변경되더라도 각종 세 부담 경감제도도 함께 도입하였기 때문에 세금계산서 등을 제대로 받고 경감제도를 잘 활용하면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당국의 설명은 이를 잘 입증해 주고 있다. 과세특례의 폐지가 얼마나 힘든 정책 결정이었는지 알 만하다. 개혁에 대한 의지와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잘한다' 한 마디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7월1일 과세특례제도를 역사의 장에 장사지내는 날에 부가세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될 것인지, 그리고 간이과세를 역사에 묻는 장례식은 또 언제 볼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 아울러 과세특례의 폐지에 힘을 보탠 모든 당국자들의 노고에 격려와 찬사를 보낸다.

최찬희(崔讚熙)〈本紙 편집국장〉



최찬희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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