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寸鐵活仁]조그만 孝行을…

2000.10.23 00:00:00

- 父母님은 더 좋아하신다

本紙 論說委員 張在鐵 시인


내가 26세 젊은 나이에 全南 咸平郡廳에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해 초봄 관내 孫佛面에 출장을 갔는데 그 면 김 면장이 점심을 같이하면서 다음날 고향집에 가겠다는 나에게 “부모님 뵈러갈 때 빈손으로 가시면 안됩니다”하고 일러주셨다. 그 말을 듣는 동안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김 면장은 그때 나이 50이 넘은 老將으로 비록 郡係長으로 있지만 어리고 철이 덜든 나의 모습에서 언뜻 그같은 忠告가 튀어나온 것이다.

“네가 오는 길가에는 맨감 나무도 없더냐?”

빈손으로 찾아온 아들에게 그렇게 탓했다는 옛 이야기까지 들려주면서 김 면장은 그 곳 名物인 `百魚' 한꾸러미를 “내일 집에 갈 때 꼭 들고가라”고 내 손에 꼭 쥐어주셨다.

다음날 나는 그 `백어 꾸러미'를 손에 들고 학다리역에서 기차를 탔다. 그런데 松汀驛에 내리면서 차 시트밑에 두었던 꾸러미를 꺼내들어보니 무게가 반쯤 줄어 있었다.

그러나 본시 성품이 찬찬하지 못한 나는 `뭐 어쨋을라구……'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집에 당도하여 어머니에게 백어꾸러미를 건내드리면서 “이거 함평에서만 나는 건데 백어라고 아주 귀한 생선입니다”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자 안방에서 그 소리를 들으신 아버지가 “뭐 백어라구? 그거 좋지. 참기름으로 잘 버무리면 술안주론 아주 일품이지”하시면서 마루로 나오셨다.

아들이 처음하는 조그만 孝行에 일부러 `꽃'을 달아주신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짚꾸러미를 헤쳐보신 어머니가 “아니, 이거 뭐라냐? 다 빠져나가고 없다”하시는 게 아닌가.

과연 內容物은 거의 없어지고 지푸라기에 눈과 몸뚱이를 찔린 것들이 한줌 남아있을 뿐이었다. 만원열차 북새통 속에서 흘러 빠져버린 것이다.

무안해하는 내 얼굴을 흘끔 쳐다보신 아버지가 破顔大笑하시면서 “귀한것이 너무 많으면 맛이 없어요. 그만하면 열 사람 포식하겠다. 얼른 맛있게 무쳐서 술상이나 차려놓아요”하시면서 전화로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무우채속에 `흰쌀에 뉘처럼' 드문드문 섞여있는 백어 한마리를 젓가락으로 집어드시고 “이거 함평에서만 나는 것인데, 1년에 꼭 한번 봄서리가 내리는 며칠동안만 잡히는 珍鮮이거든. 이런 싱싱한 백어는 나라 임금님도 잘 못잡수셨지……” 하시면서 친구들에게 자랑하시던 아버지의 그때의 모습이 一生을 통해서 걱정만 끼쳐드린 나로서는 때늦은 悔恨에 찬 애틋한 추억으로 喜壽가 다 된 나를 눈물짓게 한다.


최찬희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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