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계장, 빽 한번 써봐" (3)

2006.11.15 17:16:24

창간 41주년 기념 기획연재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

 

첫 월급을 탔는데

 


 

그 당시 9급 공무원(국세청에 들어온 지 첫 6개월간은 '조건부사세서기보'라 했다) 최말단(最末端)인 나의 첫 월급은 6천원이었다.

 


 

그 돈으로 한달 하숙비 3천원을 주고 명색이 공무원이라 6천원짜리 검정색 양복 한벌을 석 달 월부로 맞춰 입고 2천원 떼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다. 담배·커피는 커녕, 껌 한통 살 돈도 남지 않았다. 결국 아버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된 심판인지 그 당시는 출장비도 한푼 주지 않았고, 심지어 볼펜 한 자루까지도 직접 사서 쓰게 했다. 출장명령이 났으니 가긴 가야하는데 버스요금 조차도 없으니 그냥 책상에 멍청히 앉아 있을 수밖에. 그러면 답답한 사람은 우리 계장, 과장님이다.

 


 

"어이! 너 거 두놈! 출장 가라는 데 왜 안 나가?"

 


 

"차비가 없는 데요…."

 


 

항명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주머니에 돈이 없었다. 그러면 몇분후에 어디서 구했는지 마음씨 좋으신 우리의 K계장님이 차비를 주시며 마구 쫓아낸다. 아마도 다른 과(課)에 가서 떼를 써서 얻어 오신 것이 틀림없다.

 


 

피우다 남은 긴 꽁초를 줍기 위해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기를 기다린 적이 여러번이고, 무얼 먹고 싶어도 쇳가루가 없는데 어찌합니까? 젊은 두 놈은 배도 많이 곯았다. 그 때에는 그렇게 어려운 시기였다.

 


 

금연은 '함부로 연애하지 말라' 는 뜻

 


 


 

담배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어디 우리나라만큼 '애연가님들'을 푸대접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또 어디 있을까? 런던에도, 파리에도, 로마에도, 뉴욕에도, 동경에도, 심지어 알프스 산에서도 그렇지 않았는데 서울에서는 참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준다.

 


 

국민들 건강 위한다는 핑계로 담배 값 마음대로 올려놓고, 그 돈은 어디에다 쓰는지 담배 사 피우는 님에게 한마디 말도 없다. 한술 더 떠서 건물마다 금연 건물로 지정해 놓고 지정실적이 어쩌고 저쩌고 따지고 있는 것을 보면 기가 찬다.

 


 

혐오스런 금연포스터를 만들면서 줄담배를 피우고 있지는 않은가?

 


 

피우다 남은 긴 꽁초를 줍기 위해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기를 기다린 적이 여러번이고, 무얼 먹고 싶어도 쇳가루가 없는데 어찌합니까? 젊은 두 놈은 배도 많이 곯았다. 그 때에는 그렇게 어려운 시기였다.

 


 


 

사무실 뒷뜰에 웅성웅성 모여 한 모금 빠는 장면들이 별로 보기가 좋지 않다. 흡연자에게는 건물관리인이 제일 공포의 대상이다.

 


 

언제부터 국가에서 애연가의 건강을 그리도 염려해 주는지 참으로 아니꼽다. 그렇게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빽 안 쓰고도 병원 입원실 좀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좀 찾아주기 바란다.

 


 

나는 지하철이나 버스, 항공기 등 대중교통과 병원 등 특수한 시설에서의 금연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화장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정말로 웃기는 일이라 생각한다.

 


 

지킬 것을 시켜야지!

 


 

'쓰벌! 한대 안 물면 뭐가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

 


 

젠장! 오늘도 경부고속도로 천안휴게소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다 빗자루 들고 있던 놈에게 붙잡혀 큰 것 작업하던 도중에 쫓겨났다.

 


 

양평에서 유명산 쪽으로 가다가 보면 도토리 묵 집이 있다. 그 집의 묵국은 맛이 있었는데 벽에 부처 놓은 문구는 김이 샌다.

 


 

'금연! 단, 100세 이상은 제외' 

 


 

아이들에게는 정말 담배 끊는다는 약속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지키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요. 나도 매년 초에는 빈틈없이 금연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의지가 약해서일까? 작심 3일로 부터 작심 45일이 나의 최고기록이다. 내가 담배를 피운다고 구박하시려면 다음의 얘기를 다 듣고 나서 하셔.

 


 

누구누구와 골프 칠 때 'OB' 몇번 나 봐라!

 


 

수 없이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해 봐라!

 


 

생각지도 않던 녀석이 줄버디를 잡아 봐라!

 


 

OECD 일찍 가입하고 모두 개어 내 봐라!

 


 

낚시 가서 세시간 이상 입질 한번 못 받아 봐라!

 


 

옆에 앉은 놈이 연신 낚아 내 봐라!

 


 

현직에 있는 직장 동료에게 냉대를 한번 받아 봐라!

 


 

퇴직후에 만난 아첨하던 납세자에게 모른 척 외면 한번 당해봐라!….

 


 

'금연 좋아 하시네.'

 


 

뻐억뻑! 푸우~

 


 

한대 또 피우자 히 히.

 


 

95세이상 어르신네 모셔놓고 '세무간담회' 한번 해 보셔. 그리고 휴식시간에 그 어르신네를 잘 지켜보셔! 그들의 70.2%는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여.

 


 

그래서 나의 경우 금연(禁煙)은 아무래도 금연(禁戀)인 것이 틀림없을 것 같다. 그래도 끊기는 끊어야지…. <계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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