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신문에서 'A씨가 하루에 내는 세금'에 대한 글을 읽었다. A씨는 연봉이 4천만원이며,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술과 담배는 다른 사람하는 만큼 한다. 그리고 공시지가 3억원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A씨는 하루 평균 1만1천700원, 1년에 504만원의 세금을 납부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을 합하면 하루 2만원, 1년이면 796만원이 된다. 이 기사는 A씨가 '너무' 많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친구들을 만나봐도 세금이 많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출사표를 던진 대통령 후보들도 대부분 세금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우리 국민은 국가에서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거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A씨의 경우 소득 대비 세부담률이 12.6%로 20% 내외인 우리나라 평균치보다 훨씬 낮으며, 우리나라 평균 세부담률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 이는 사회보험을 포함해 봐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Mancer Olson의 집단행동 이론에 따르면 납세자 개개인이 자신의 이해만을 고려하는 경우 어떤 상황에서든지 세금을 너무 많이 낸다고 생각하게 된다. 4천만명의 국민 중 1천만명의 납세자로부터 세금을 징수해 국가재정으로 활용한다고 생각해 보자.
개별납세자 입장에서 세금을 1원 더 납부하면 국가재정이 1원 증가할 것이다. 정부는 그 1원을 모든 국민을 위해 사용할 것이므로 납세자 자신이 납부한 1원으로부터 자신이 받게 되는 혜택은 4천만분의 1에 불과할 것이다. 세금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납세자 개인이 세수입에 기여하는 부분은 세수입의 1천만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개별납세자는 자신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재정의 1천만분의 1에 해당하는 세금이 줄어든 반면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은 4천만분의 1만큼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Mancer Olson은 이러한 사고를 소집단의 이해(narrow interest)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동일한 이해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해 그 집단의 이익을 반영하기 위한 정치적 활동을 하는데, 그러한 소집단의 이해가 정책을 지배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공공재 공급이 불가능해지며, 궁극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소집단은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오는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한편 사회로부터 자신들이 얻는 편익은 극대화하는 데만 주력하기 때문이다. 한편 사회적 파급효과를 포함해 국민 전체의 포괄적인 이해(comprehensive interest)를 고려해 정책을 결정하게 되면 국민의 후생을 극대화하는 공공재 공급이 가능해지며, 그러한 공공부문의 활동이 국가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최근의 여론이나 선거공약 등을 보면 소집단의 이해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개인의 이해(individual interest)가 큰 영향력을 갖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인터넷이 발달해 각 개인이 자기의 의사를 쉽게 공개할 수 있으며, 공개된 개인의 의견은 순식간에 집계돼 전체적인 선호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공공정책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이익에 입각한 의견을 모은 것이 사회적 파급효과를 모두 고려한 포괄적 이해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이 '당신의 세금을 이만큼 내리겠습니다'라고 개인의 이해에 호소해 지지율을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발전을 도모한다면 "국민 개개인이 약간씩만 희생하면, 그것을 모아 이런저런 일을 하여 더 많은 혜택을 돌려 드리겠습니다"라고 포괄적 이해의 관점에서 설득하고 지지를 호소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과거 '위기 극복'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위해 각 개인이 보유한 금을 내놓았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