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과장광고 금지에 이어 홈택스 시스템 개발하고
감독규정도 신설해 플랫폼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3월 법인세 신고가 마무리되면 세무사들의 연중 최대 업무인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시즌이 시작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종소세 신고가 임박하면 세무업계에서는 세무플랫폼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세무플랫폼의 환급 등 신고가 폭주하기 때문이었다.
국세청은 국세청대로 세무플랫폼의 스크래핑에 따른 홈택스 접속 지연으로 신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세무사들은 세무플랫폼이 성실신고를 방해한다며 과세관청의 규제를 요구했다. 특히 일부 납세자는 세무플랫폼을 이용하다 전산 장애로 제때 신고하지 못하는 피해를 보기도 했다.
AI 확산에 따라 세무플랫폼이 난립해 부작용이 확산하자, 국회에서도 국세청이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플랫폼 서비스 초반 민간 창업 생태계 지원이라는 큰 틀에서 별다른 규제를 가하지 않던 국세청은 홈택스 접속 지연 등 피해가 발생하고 논란이 번지자, 신고기간 시스템 안정성을 유지하는 등 다각도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세무플랫폼 관리·감독 규정을 신설하겠다고도 했다. 작년 말 국세청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성실신고 분위기를 저해하는 세무플랫폼에 대해 감독규정을 신설하겠다”라고 보고한 상태다.
◆납세자 피해에 국회서도 "관리·감독 필요" 목소리
세무 분야는 ‘성실신고’라는 큰 가치를 고려할 때 세무플랫폼을 규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우선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서둘러 방안을 마련하라”라며 국세청을 몰아붙이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세무플랫폼 대응에 미온적인 국세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작년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쌤157의 종합소득세 부실 신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민간 세무플랫폼 쌤157의 종합소득세 정기신고 과정에서 대규모 전산 장애가 발생해 2만9천여명의 신고 건이 기한 후 신고로 처리됐다”라며 국세청의 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조 의원은 “기한 후 신고 건에 대한 재검토 과정에서 신고자료의 경비 내용이 ‘기타’ 항목에 일괄 입력된 다수의 사례와 ‘가산세를 물더라도 유리한 계산 방식을 적용했다’라는 상담사 안내 등이 확인된 만큼, 국세청이 사실관계를 점검하고 성실신고 방해 행위 해당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국세청에 요구했다.
최은석 의원(국민의힘)은 주로 개인사업자, 프리랜서, 아르바이트생 등 서민들이 세무플랫폼의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부실한 서비스에 대해 세무플랫폼 스스로 책임지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의 불완전판매 책임제처럼 세무플랫폼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과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제도상 세금을 납부할 주체로 납세자 개인이나 세무대리인만 인정하는데, 플랫폼을 유료로 이용했으니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플랫폼이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책임을 전혀 안 진다”라며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가 불완전판매를 하면 보험사에 책임을 묻는다. 국세청도 제도를 정비해 플랫폼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본 경우 구제책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태호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작년 7월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국세청이 소득세 과다 인적공제와 관련해 총 1천443명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인 1천423명에게서 40억7천만원을 추징했다고 지적하며, “플랫폼 기반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능과 편의성은 인정하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부실·무책임한 운영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세무플랫폼 난립에 일선세무서는 업무량 폭증으로 골머리
세무플랫폼 시장이 확대되면서 삼쩜삼, 토스인컴, 비즈넷환급, 쎔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업체가 시장에 참가하자 국세청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세무플랫폼은 특히 종소세 신고 때면 환급과 관련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에 따라 홈택스 집중기간에 스크래핑에 의한 대규모 트래픽이 발생해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이 홈택스를 이용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급기야 세무플랫폼의 스크래핑으로 인해 홈택스 접속 지연이 발생하면, 국세청이 시스템 안정성 유지를 위해 스크래핑을 차단하기도 했다.
세무플랫폼의 과당 경쟁은 일선세무서의 업무량 폭증으로 불똥이 튀었다. 경정청구, 기한 후 환급신고 등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관련 상담도 늘었다. 실제로 경정청구가 폭증한 2023년 상반기 30만4천 건에서 2024년 상반기 65만3천 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세무플랫폼이 등장해 납세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진 측면이 있지만, 과장 광고나 잘못된 안내로 납세자에게 가산세 등 불편을 야기하고, 무분별한 신고를 유도해 과세관청에 행정적 부담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감독규정, 올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듯…'Open API 시스템' 개발도 진행 중
현재 국세청은 세무플랫폼과 관련해 투트랙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세무플랫폼의 대량 스크래핑에 대응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홈택스 운영을 위해 ‘국세 Open API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세법에 세무플랫폼 감독규정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Open API 시스템’ 개발과 관련해서는 작년말 ISP 수립을 이미 마쳤으며, 예산 확보 등 절차를 거쳐 내년까지 시스템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세무플랫폼 감독규정은 이미 작년 10월부터 재정경제부에 건의해 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재경부 역시 플랫폼 감독규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감독 대상이 되는 세무플랫폼에 대한 정의와 업무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태에 있다.
재경부 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달 조승래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안에 비춰보면 세무플랫폼 감독규정은 국세기본법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기법 일부개정안 제81조의 20은 ‘국세청장은 신고 및 그밖의 세무처리를 지원하기 위해 정보통신망을 통해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세무처리지원서비스)를 운영하는 자에 대해 세무처리지원서비스의 기술적 안정성 확보 및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의 제공 금지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도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플랫폼 감독규정이 국세기본법에 담긴다면 올해 7월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조승래 의원의 국세기본법 일부개정안은 크게 ▶세무플랫폼의 기술적 안정성 확보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의 제공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참고로 하면, 세무플랫폼의 전산 장애로 신고 누락 등이 발생하면 플랫폼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하고,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를 제공해 탈세를 조력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세법개정안(국세기본법)에 담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납세자를 현혹해 탈세를 조장하는 허위·과장 광고의 금지는 이미 세무사법에 규정돼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자격이나 명칭을 표방하는 광고 ▷객관적 사실을 과장하거나 사실의 일부를 누락하는 등 소비자를 오도(誤導)하거나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 ▷소비자에게 업무수행 결과에 대해 부당한 기대를 가지도록 하는 내용의 광고 등은 6월 24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특히 국세청이 세무플랫폼 감독규정을 신설하려는 배경에는 성실신고 분위기를 저해하는 탈세조력자를 엄단하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다. 이에 따라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를 제공해 부당한 공제로 환급을 받게 하는 등 탈세를 조력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도 법안 내용에 담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세청 '3無(가산세·정보유출·수수료) 환급'처럼 적법하고 편리하고 부담없는 서비스 구현돼야
한편, 세무플랫폼의 무분별한 환급서비스는 이제 한풀 꺾인 모습이다. 국세청이 계속해서 무료로 환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직접 찾아주는 환급금은 소득세 계산 오류에 따른 가산세 걱정이 없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없으며, 수수료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국세청은 올해에도 인적용역소득자, 근로소득자, 연금·기타소득자, 근로·기타소득자 등 111만 명에게 이달 말까지 환급신청을 안내해 다음 달에 총 1천409억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특히 이런 소득세 환급금 찾아주기는 2022년부터 매년 1회 시행됐으나, 올해부터는 연 2회(3월, 9월) 환급해 준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을 통한 환급신청이 아닌 경우 공제·감면 등을 잘못 적용해 과다 환급이 신청될 수 있고 이 경우 환급 금액에 더해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으니 환급을 신청하는 납세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이처럼 국세청이 ‘3無(가산세·정보유출·수수료)’ 환급서비스를 비롯해 ‘Open API 시스템’, 감독 규정 등을 추진하는 것은 납세자에 대한 안전한 납세환경 구축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민간 세무플랫폼에 대해서는 적법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서비스에 대한 책임을 더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