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겨울은 유달리 춥고 눈도 많이 와서 오랜만에 도심에서도 겨울 정취를 만끽하는 행복을 누리게 됐다. 거기다가 기상당국이 발표한 강설의 사회적 편익은 심심풀이 이야깃거리까지 돼줬다. 한편에서는 강설의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돼 우리 사회의 균형감각을 과시하기도 했다.
사회적 편익이나 비용은 사회 구성원 누구라도 얻게 되는 편익의 합계나 그러한 비용의 합계를 의미한다. 어떠한 현상이나 선택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진정한 편익과 기회비용을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강추위와 함께 내린 폭설이 사회적 편익이나 비용이라는 개념을 환기시키고 관심을 갖게 한 것은 강설이 가져다 준 또 하나의 중요한 사회적 편익이 아닌가 싶다. 사회적 편익이나 비용에 대한 관심과 보다 정확한 이해는 사회적 선택의 합리화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년 1월부터 법인세율이 20%로 인하돼 적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2년간 유예하는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된다. 법인세율 인하는 금융위기를 예상하지 못했을 때 결정됐던 정책이기 때문에 이번의 조치는 출구전략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사회적 편익과 비용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법인세율 인하의 유예조치가 어떻게 합리화될 수 있는지 그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따져 보기로 하자.
세수의 확보는 사회적 순편익이 될 수 없다. 국민들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개선된다면 그것은 편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번의 경제위기를 넘기면서 다시 급등한 국가채무 대 GDP 비율 때문에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세율 인하의 유예는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율의 인하 유예가 얼마나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것과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시한연장이 맞보기로 결정된 것이기 때문에 세수효과는 사실상 크지 않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또 하나 생각할 수 있는 편익은 분배 개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법인세는 대부분 대기업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곧 재벌이고 재벌의 오너들이 법인세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법인세 강화는 분배개선과 양극화 완화의 효과가 있다는 논리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법인세는 대부분 주주에게 귀착된다고 볼 수 있지만 장기효과를 본다면 그렇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엉뚱하게도 대기업과 상관없는 근로자들이 많은 부분을 부담하게 된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인세 강화로 기업활동이 위축되거나 자본의 해외이동이 일어나게 되면 결국 근로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수준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 다른 편익항목은 별로 거론할 것이 없어 보인다.
사회적 비용은 어떤 것이 있는가? 필자가 기회 있을 때 마다 강조하는 것처럼 법인세는 이론적으로 모든 세목 중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다른 말로 하면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장 심하게 가져오는 세목이다. 따라서 이 세목의 비중을 줄이려던 계획을 취소한 것은 현저한 사회적 손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특히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법인세율처럼 기업의 전략적인 결정에 영향을 주는 정책변수가 주로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빈번하게 바뀐다면, 더구나 확실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법률에 인하시기를 명시해 두었던 것을 다시 뒤집는 일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정책의 신뢰성과 예측가능성을 훼손하는 매우 큰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일이 된다는 점이다. 시장의 불확실성보다 정책의 불합리한 변동성이 훨씬 더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법인세율의 인하는 외국기업의 유치 같은 조세경쟁적인 목적으로 추진되었던 것인데 이것이 유예됨으로써 처음부터 시작하지 아니함만 못하게 된 것이다.
법인세율 2퍼센트 포인트 인하계획을 2년간 유예하는 것이 보기에 따라서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니까 번거롭게 사회적 비용이나 편익을 따질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장도 나옴직 하다. 그러나 이것이 500억원짜리 도로를 개설할 것이냐 말 것이냐 보다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정책 의사결정 전에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따져보는 것은 하드웨어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뿐만 아니라 조세정책 같은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의사결정시에도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