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은닉소득에 대한 리니언시 프로그램 실시 필요성과 전제조건

2010.02.04 10:38:44

요즘 유럽이나 미국을 가보면 어디든지 세금과 관련된 주된 관심사 중의 하나는 조세피난처에 은닉된 자국의 납세자에 대한 은행 정보의 확보방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당초에는 OECD가 조세피난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았으나, 세계 최대의 조세피난처를 두고 있는 미국(예:델라웨어 주)이 자국의 과세고권을 OECD가 침해한다고 반발하자, 지금은 조세피난처 그 존재에 대한 시비는 묻어두고, 그 대신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은행의 고객정보를 획득하고자 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미국이나 프랑스는 조세피난처 국가(지역)와 '국가간 조세정보 교환협약(Tax Information Exchange Agreement)' 을 체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몇개의 조세피난처와 이와 같은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최대의 복병은 스위스인데, 끝까지 고객정보 제공을 거부하다가, 미국과 EU의 압력에 굴복해 제한된 정보를 제공하는데 동의하고서야 OECD의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최근 스위스 법원은 스위스 은행이 미국 국세청에게 탈세가 명백하지 아니한 고객의 정보까지를 제공하는 것은 스위스 관련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해 앞으로 조세정보의 교환이 무리 없이 가능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한국 과세관청은 '국제거래세원 통합분석시스템(International Consolidated Analysis System)', 역외금융계좌신고제 도입,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 가입등 여러가지 노력을 다하고 있음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렇지만 과세행정시스템의 보완만으로 국외에 은닉된 탈세소득을 다 찾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납세자 및 납세자를 둘러싼 조세전문인(예: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등)이 과세관청보다 훨씬더 내공(?)을 많이 쌓아뒀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이와 같은 사정을 감안해, 한편으로는 '당근'을, 또다른 편에는 '채찍'을 들고 국외은익소득에 있는 납세자와 흥미 있는 게임(?)을 하고 있다. 먼저 미국은 스위스와 밀고 당기는 협상을 통해서 '일부'납세자에 대한 정보를 받기로 했는데, 미국 국세청은 스위스 은행과 관련이 있는 '모든' 납세자에게 자진신고를 권유하면서, 만일 자진신고를 하면 벌금을 깎아 주고 형사소추도 하지 않는 등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실제로 상당수 고객들이 자진신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슷한 경우로, 2009년 프랑스는 국외은닉소득에 대한 자진신고제도를 통해서 약 8천500억원을, 이탈리아는 7조원 정도의 추가적인 세수입이 있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방법을 이름하여 '리니언시 프로그램(Leniency Program)'이라고 한다. 이는 당초 가격을 담합한 기업들에게서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해 자백을 받아내는 것으로, 예를 들면, 각자 격리된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공범인 '갑'과 '을'이 있다면, 갑은 혹시 을이 배신해 검찰에 자백하고 가벼운 처벌만 받고 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갑이 먼저 자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백을 하는 경우에는 형을 감경시켜 주는 제도이다. 미국형법상 폴리바겐(poly-bargain)도 이와 유사하다. 최근 우리나라도 LPG가격담합 관련 사건에서 리니언시 프로그램을 적용해 많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를 국외은닉소득에 적용해 일정기간 자진신고기간을 두고, 이 기간 동안 자진신고를 한 납세자에 대해서는 해당 가산세와 처벌을 면제해 주자는 것이다. 물론 형평성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과세관청이 국외에 소득을 은닉한 방법에 대해 '아직은'이 분야에 오랜 내공을 쌓은 조세전문인과 '차이'가 있으니, 차제에 이들로부터 한수 배우자는 것이다. 과세관청은 이 분야에 대해 세무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자진신고를 권유하고, 자진신고를 한 경우의 사례를 분석해 이들의 기법과 수단 등 노하우(?)를 단단히 알아내어 차후에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발생해도 과세가 가능하도록 세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과세관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가장 승소율이 높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듣지 않게 말이다.

 

그러나 자진신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갑'과 '을'에 대한 채찍도 필요하다. 해당 납세자에 대해서는 조세범으로 처벌을 해야 하고, 해당 조세전문인에 대해서는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2항을 적용해야 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과세표준의 신고(신고의 수정을 포함)를 하지 아니하게 하거나 거짓으로 신고하게 한 자 또는 조세의 징수나 납부를 하지 않을 것을 선동하거나 교사한 자는 1년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의 과문인지는 몰라도 분명 탈세사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 조항은 적용된 사례가 없는 유명무실한 조항이다. 이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관련 조세전문인은 변호사법 및공인회계사법 등에 따른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 만일 이들이 조세범처벌법에 저촉된다면, 관련법에 따른 처벌은 물론 해당 조세전문인은 물론 이들이 속한 단체나 법인은 과세관청의 각종 위원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니까 리니언시 프로그램(Leniency Program)상 '갑'과 '을'을 동시에 그리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압박을 하면, 의의로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성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어찌 알겠는가. 갑이 먼저 신고하자고 할런지 아니면 을이 먼저 고백하자고 할런지.

 

퇴출이 무슨 효험이 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 단체에 있는 전직 공무원 출신들에게 '퇴출'의 의미를 물어보면 아마도 변호사법 등에 따른 '결격사유'보다 훨씬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 이유는 과세관청으로부터 '딱지'를 맞았다는 소문이 들리면 영업(?)에 막대한 지장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칼은 힘있는 자에게 쓰라고 있는 법이다. 애꿎고 힘없는 납세자에게나 또는 빈 허공에 대고는 하지 마시고.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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