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회가 지난 10일 세무사회 창립 48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세무사윤리실천 결의대회'를 가졌다.
세무사회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명의대여, 금품수수, 부실세무조정계산서 작성 등 척결해야 할 5대 비리행위 항목을 제시했다.
5대 비리 척결을 위해 세무사회는 전국 지역별로 이들 항목과 연관된 비리행위 사실과 그 해당자에 대한 상설 고발제보 접수창구를 설치, 연중 운영할 방침이다.
세무사계는 부실기장, 세무조정, 신고서류 허위확인, 불법세무서비스행위 등을 한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체징계하고 한편으론 기획재정부 세무사징계위원회에서도 세무사법에 준거해 해당자들에게 등록취소 및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 처분을 내리고 있다. 이들 가운데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해 징계처분을 한 경우는 매년 2∼3건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가장 강력한 처벌이 등록취소이고 대부분이 기백만원에 불과한 벌금 처분에 그치고 있다.
조세범처벌법 제9조제2항을 보면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과세표준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게 하거나 거짓으로 신고하게 한 자 또는 조세의 징수나 납부를 하지 않을 것을 선동하거나 교사한 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세무사회 조용근 회장은 "명의대여나 탈세상담행위는 성실신고납부 위임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세무대리인의 신뢰도와 위상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도마뱀의 꼬리를 자르는 아픔도 감수해야 한다'며 윤리의식의 재정립을 강조했다. 불법과 탈법 세무서비스 행위를 하는 세무사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퇴출을 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도 표명했다.
한편 증권선물위는 최근 회계기준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 그 사실을 제보신고한 사람에게는 최대 1억원의 신고 포상금을 주기로 하는 등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장치를 만들었는가 하면,기업 내부인이나 회계전문가 그룹들의 윤리성 제고를 위한 자율정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기업이나 납세자에게 부정회계나 성실납세를 피하도록 전문가인 공인회계사나 세무사가 선동하거나 교사행위를 한다면 당연 형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행위에 대한 사실검증 여부가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게 검찰이나 징계당국이 봉착하고 있는 실정이고 선뜻 나서서 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들 한다. 한마디로 심증은 가나 물증 채취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조세법처벌법 제9조제2항은 사실상 적용하기가 어렵고 이 조항으로 징계처벌받은 경우도 거의 없다고 한다.
세무대리시장 질서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불법과 탈세조장 세무서비스 행위를 어떻게 하면 발본색원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세무 및 회계서비스를 맡긴 자와 그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컨설턴트와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와 같은 공통의 관계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어느 누구라도 그 이익을 눈앞에 두고 손사래를 칠 수가 있겠는가. 결국 양자간 누군가가 탈법·탈세행위에 대한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선동이나 교사 사실을 밝혀내기가 불가능하다.
각급 법원에서도 탈세교사행위에 대한 판단은 형식적 법리해석에 그쳐 범죄로 성립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S그룹의 주식거래 판결례라고 한다. 그 대응방안으로 검찰에서 사용하는 폴리바긴(Plea Bargain) 수사기법을 탈법·불법 세무회계서비스 시장에 적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폴리바긴 수사기법이란 회계사나 세무사가 회계부정이나 탈세를 요구한 기업이나 의뢰자의 수임을 거절하거나 부정회계나 세무신고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적정한 기한내 이같은 사실을 고백하면 선처를 해주고 상대에게는 조세범칙 행위를 저지른 형사범으로 엄중한 법을 적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같은 제안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란 연목구어(緣木求魚)격이 될 수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다고 했다.
지금 세무서비스 시장은 인원의 과다배출로 인해 과당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불법·탈법 세무서비스 행위인 'T(tax)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 T바이러스는 그동안 갖가지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음지에서 이미 내성이 커져 약발이 먹히질 않아 '발본색원'은 요원해 보인다.
게다가 일부의 대형 로펌·회계법인·세무법인 등은 'T바이러스' 백신으로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한차원 더 높은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해 세법은 물론 각종 법 적용마저도 무력하게 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법의 정의'라는 그늘 아래에 숨은 이들을 향해 사회는 '사회정의'나 '조세정의'라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법창에서의 메아리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차제에 세무사계나 공인회계사계의 '윤리성 재무장' 캠페인과 '자정결의대회'가 감독당국에 잘 보이기 위한 제스추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 마련과 적극적인 현장 조사로 T바이러스를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말 그대로 '환골탈태'해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받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전문가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만들어 가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진정 전문자격사 선진화의 알파요, 오메가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