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조사 자료 제출을 조사기간 이후까지 미룬 외국계 기업에 대해 조사기간 연장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전통지된 조사종료일 이후에 조사가 계속됐더라도 세무조사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누락된 과세자료 수집, 신고내용 정확성 검증, 이미 제출한 자료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한 것에 불과하다면 과세처분이 적법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제3부는 다국적 의류기업 국내법인 A사에 관세 및 부가가치세(가산세 포함) 98억여원 부과가 적법하다고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4일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다국적 의류기업 국내법인인 A사는 2013년 6월3일부터 2년간 특수관계에 있는 스웨덴 영업본사 측으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면서 제3국에 있는 물품 위탁생산업체가 발행한 송장에 기재된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신고·납부했다.
서울세관은 2015년 7월29일 A사에 ‘물품 수입거래에 대한 과세가격 등 통관의 적정성 여부를 2015년 8월10일부터 8월28일까지 조사하겠다’고 사전통지했다. 이후 사전통지한 조사기간이 지난 후에도 추가 자료 요청 등을 거친 다음 2017년 11월7일 관세 및 부가가치세(가산세 포함) 합계 99억8천811만여원을 증액경정·고지하면서 경정통지서를 전자적 방법으로 교부했다. 재판 과정에서 서울세관은 경정통지서 미교부 등을 원인으로 1억4천519만원을 직권 취소했다.
재판에서 A사는 “관세조사기간 연장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전통지된 조사종료일 이후에도 조사행위가 이뤄져 과세관청의 조사행위가 위법하다”며 처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심은 고지된 조사종료일 이후에도 조사행위를 한 것이 세무조사권을 남용하거나 관세법령상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사가 당초 고지된 조사종료일 직전 또는 조사기간이 지난 후에야 특수관계에 있는 영업본사가 A사에게 발행한 대금청구서 및 관련자료를 제출해 서울세관 공무원이 조사종료일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자료 등을 요청하게 됐다고 봤다.
따라서 조사종료일 이후에 실시된 조사행위는 누락된 과세자료의 수집 또는 신고내용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거나 A사가 이미 제출한 자료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세관공무원이 원고의 사무실 등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질문조사권 등을 행사한 것은 아닌 점, 그 과정에서 강요, 회유 등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됐다고 볼 수 없고, A사가 조사행위에 임의로 협력하는 등 묵시적으로 동의한 점 등도 고려했다.
대법원도 “관세법령의 문언, 체계 및 입법취지 등과 기록에 비춰 보면,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관세조사권의 남용금지 및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 침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사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