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과태료에 92번이나 거부?…다국적기업 자료제출 '배째라' 이제 안 통한다

2025.06.05 07:11:11

국세청, 외형 1조 이상 다국적기업에 억대 이행강제금 부과

국기법 시행령 개정으로 9월15일부터 이행강제금 부과 가능

조사 실효성 확보·과세주권 확립·과세 정당성 유지 등 '1석3조'

 

 

다국적기업 등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온 과세자료 제출 거부 행태가 철퇴를 맞게 됐다.

 

국세청과 국회가 의기투합해 추진한 이행강제금 제도가 오는 9월15일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세무공무원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면 회사의 외형(수입금액)에 따라 이행강제금이 일별로 부과되는 등 연간 수입금액 1조원 회사의 경우 한 달만 자료제출을 거부해도 1억3천만원대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게 된다. 

 

정부는 2일 대통령령 제35552호 ‘국세기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을 공포하면서, 세무조사를 받는 대상자가 장부 등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 이행기한 30일이 지난날부터 기산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행강제금 부과기간은 이행기한 다음 날부터 납세자가 제출해야 하는 장부 등을 전부 제출한 날의 전날까지며, 다만 세무조사가 중지된 경우 해당 기간은 이행강제금 부과기간에서 제외된다.

 

이행강제금 부과기준은 세무조사 대상자의 사업기간이 직전 과세기간 종료일까지 3년 이상인 경우 1일 평균수입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되, 3년 미만인 경우에는 사업개시일부터 직전 과세기간 종료일까지의 1일 평균 수입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이행강제금 개별 부과기준에 따르면, 1일 평균수입금액이 15억원 이하인 경우 ‘1일 평균수입금액×1/500’이 부과되며, 15억원 초과~30억원 이하는 ‘300만원+(1일 평균수입금액 중 15억원을 초과하는 금액×1/750)’, 30억원 초과시에는 ‘500만원+91일 평균수입금액 중 3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1/1000)이 부과된다.

 

 

이번 이행강제금 부과기준을 연간 수입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수입금액 10억원 납세자가 자료제출 거부시 1일 5천원 30일 기준 16만원, 50억원 납세자는 1일 3만원 30일 82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된다.

 

이행강제금 부과액이 다소 적을 수 있지만, 매출 규모에 따라 과태료 구간을 세분화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연간 수입금액이 늘어나면 이행강제금 부과 금액 또한 크게 늘어나 연간 수입금액 100억원 납세자는 1일 5만원 30일 기준 164만원, 500억원은 1일 27만원 30일 821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연간 수입금액 1천억원 이상부터는 이행강제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1천억원의 경우 1일 54만원 30일 기준 1천640만원, 5천억원의 경우 1일 273만원 30일 8천200만원이 부과된다.

 

다국적기업 등 글로벌 기업의 경우 억 단위로 이행강제금이 부과돼 연간 수입금액 1조원의 경우 1일 465만원 30일 기준 1억3천900만원, 5조원의 경우 1일 1천560만원 30일 4억7천만원, 10조원의 경우 1일 2천900만원 30일 8억8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세무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징액보다 자료제출 거부 기간이 길어지면 이행강제금이 더 클 수도 있는 등 정당한 세무조사를 방해하는 자료제출 거부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의지가 투영된 결과다.

 

한편, 이번 이행강제금 부과 도입은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과세자료 제출 거부 행위가 사실상 조사방해 행태로 이어짐에 따라 과세주권 차원에서 도입됐다.

 

현행 국세기본법에서는 세법의 질문·조사권 규정에 따른 세무공무원의 질문에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한 자에게 최소 500만원~최대 5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 명시된 과태료 부과기준이 낮고 반복적인 부과도 어려워 기업이 자료제출을 거부해도 국세청에서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데다, 최근 법원에선 기업 손을 들어주는 판결로 인해 국세청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서울지방국세청이 92번에 걸쳐 특정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거부 때마다 2천만원씩 총 18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으나 2021년 법원이 하나의 세무조사에서 한 건의 과태료 부과만 인정되기에 과태료 2천만원만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 이후 국세청이 과세자료 제출을 거부한 외국계기업에 부과한 과태료는 2023년 2건(6천600만원)에 그치는 등 2019년 116건(21억800만원)에 비해 건수 및 금액 기준으로 98% 및 96% 급감했다.

 

다국적기업의 자료제출 거부가 사실상 용인된 것으로, 수조원의 매출을 올린 다국적기업이 수입의 대부분을 로열티 등으로 본사에 송금한 뒤 국세청의 자료제출을 거부해도 부과 가능한 과태료는 최대 5천만원 불과해 자료제출 비협조 풍조마저 불러왔다.

 

더 큰 문제는 과세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면 국세청은 과세처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추계과세를 할 수밖에 없는데, 다국적기업의 경우 과세처분 불복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세쟁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의 외국계기업 조세소송 패소율은 일반사건보다 2배 가량 높다.

 

세무조사 때 자료제출 비협조에 대한 제재가 국내외 사례와 비교시 너무 가볍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본사가 해외에 있는 일부기업들이 과세자료 미제출 등의 방법으로 세무조사를 방해한 후 조세소송 과정에서 유리한 자료만을 제출해 과세처분을 취소받은 것은 조세정의를 훼손하고 국부를 유출하는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기재위 소속 이종욱 의원도 “국세청 자료제출 요구에 최대한 버티자. 그리고 여차하면 과태료 몇 천만원만 내면 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공정위나 방통위처럼 이행강제금제도는 물론, 벌금과 징역형 등 형사처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2017년 형사처벌 이행강제금 제도를 도입했으며, 방통위 또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일평균 매출액의 0.3%를 미제출 기간만큼 누적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는 자료제출 비협조에 대해 더 높은 강도의 제재에 나서, 미국은 자료 미제출시 세무시효 중단과 함께 1년의 징역형과 벌금형에 이어 조사단계에서 제출하지 않은 과세자료는 불복단계에서 증거로 제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은 자료제출 통지에 불응하면 순차적으로 과태료가 올라가는 동시에 2년의 징역과 벌금형을, 독일은 세무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이행강제금과 함께 5년 징역형을 내리고 있다.

 

늦었지만, 이번 국세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다국적기업 등의 자료제출 비협조 행위 발생시 효과적인 제재 방안이 마련된 만큼, 세무조사의 효율성 또한 한층 배가될 전망이다.



윤형하 기자 windy@taxtimes.co.kr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