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교수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 확장·유추 적용에 신중해야"
"실질과세 원칙 적용은 사실판단의 영역…사안별 면밀한 검토 필요"
강승윤 세무사 "연예인이 적정 사업소득보다 적게 받았다면 수정신고 대안"
연예인 1인 기획사에 대한 탈세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 과세당국이 ‘입증책임’과 ‘추상적 실질과세원칙 적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인 기획사 설립이 실질적 사업 주체인지, 아니면 탈세 통로인지를 가려낼 책임은 과세관청인 국세청에 있다는 지적이다.
김석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0일 포스코센터 4층 아트홀에서 열린 연예인 1인 기획사 과세 논란 세미나에서 세법상 핵심 논점을 분석했다.
김 교수가 꼽은 핵심 논점은 3가지다.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 여부 △실질과세 원칙 적용 여부 △유보소득 과세 여부다.
김 교수는 “상법상 법인격 부인 또는 국세기본법상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1인 기획사의 실체를 부인할 수 없다면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의 적용은 곤란하다”며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의 성격상 그 요건의 확장 또는 유추 적용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결국 문제는 ‘실질과세 원칙’으로 귀결된다. 1인 기획사가 단순히 ‘법인격 있는 지갑’ 역할에 불과한지, 아니면 실질 사업을 하는 주체인지가 판단 기준이다.
김 교수는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 여부는 사실 판단의 성격이 짙다”며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1인 기획사를 실질 귀속자로 보려면, 구체적 사안별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과세요건에 해당하는 만큼, 명의와 실질의 괴리 및 조세회피 목적에 대한 증명 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다. 이때 조세회피 목적의 경우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김 교수는 “법인의 소득금액 대비 매우 낮은 비율의 근로소득이 지급되는 경우, 명의와 실질의 괴리 및 조세회피 목적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미실현 유보소득’에 대한 과세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부당행위계산부인 또는 실질과세 원칙을 근거로 1인 기획사가 매니지먼트사로부터 받은 대가를 연예인의 사업소득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법인의 미실현 유보소득을 주주의 소득으로 과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실현 유보소득의 과세 여부는 연예인의 1인 기획사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연예인의 1인 기획사만 일반적·추상적 규정인 실질과세 원칙을 근거로 유보이익 과세를 적용하는 것은 다른 1인 회사와의 과세상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승윤 세무법인 센트릭 대표세무사 역시 “연예인이 1인 기획사로부터 받는 사업소득 금액이 미미한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해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그 사업소득금액 즉 시가가 적정한지 여부는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언제 세무조사가 나올지 불안해하는 1인 기획사가 많은데, 연예인이 수익분배 비율에 따라 적정하게 사업소득을 가져가면 추징을 당하더라도 불복에서 납세자가 유리한 측면이 있고, 만일 가져가는 사업소득 금액이 시가에 비해 적은 경우에는 수정신고를 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수성을 외면한 국세청의 낡은 과세 잣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무국장은 “아티스트의 개인 법인은 독자적인 경영시스템이지 ‘세금 회피처’가 아니다”라며 국세청의 조세기준을 행정 편의적 잣대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세청이 고정된 사무 공간과 상주 인력 유무로 법인의 허위성을 판단하는 것을 두고 “현장이 곧 사업장인 아티스트의 특성을 무시한 것으로, 엔터 산업의 본질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의상, 미용, 자기계발비를 사적 경비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조업체의 원자재 구매비를 사적 지출로 보는 것과 같은 논리적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국세청이 물리적 사업자 위주의 낡은 잣대를 버리고 엔터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새로운 과세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품위유지비, 보안 인건비 등 특수지출에 대해서도 ‘매출액 대비 인정 비율’ 등 구체적 세무 준칙 제정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의 론 아웃 코퍼레이션 등 해외 사례는 우리나라 엔터산업 환경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만큼 한국형 아티스트 전문관리법인 모델을 도출해 표준화·법제화하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