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소속 관세사 매출, 법인에 귀속돼야…개별 귀속은 관세사법·상법에 위반
법인 이름 쓰고 사실상 독립채산제…관세사법상 경업금지 위배
세무법인 등 유사구조, 지배구조 개편·운영 재정비 불가피
관세법인 상당수가 관행처럼 운영 중인 별산제(독립채산제)가 관세사법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내려졌다.
이번 판결에 따라, 외형만 법인일 뿐 실질적으로는 개인 관세사무소 연합체로 운영해 온 일부 관세법인 운영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으며, 더 나아가 유사한 형태로 운영 중인 세무법인 또한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최근 A관세법인 구성원간 제기된 사원총회 결의 무효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2026.4.2. 선고 2025다220196)
대법원은 판결에서 “관세법인의 매출과 이익을 사원별로 사실상 각자 관리·귀속시키는 구조는 관세사법이 정한 법인제도의 본질을 훼손한다”며 법인 내부적으로 책정한 별산제 운영규정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별산제 운영에 따라 관세법인 사원들이 일정한 공동비용을 분담하고, 나머지 이익은 개인의 수익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상법 제580조에서 정한 사원의 이익배당 청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A관세법인은 B관세법인과 C법인의 합병으로 탄생했으며, 합병 과정에서 총 12명의 관세사(법인 구성원, 사원)가 총출자좌를 개별 출자금별로 상이하게 보유 중이다.
사건은 지난 2022년 5월 사원총회를 통해 별산제 운영을 골자로 한 운영규정 변경안을 의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전체 구성원 12명 가운데 8명이 참석해 6명의 찬성으로 해당안이 가결됐다.
이에 반대했던 구성원(원고)은 정관 및 법령위반 등의 사유를 들어 사원총회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 측은 2022년 10월 별산제 운영규정을 폐지했으나, 이듬해인 2023년 1월 임시사원총회를 열어 또 다른 별산제 운영규정을 심의·의결한 결과 6대 2로 재차 가결됐다.
원고는 재차 소송을 제기하며 “형식적으로만 관세법인의 형태를 갖출 뿐 그 실질은 별산제 운영에 따라 사원들이 각자의 매출을 사유화하는 등 회사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기에 이는 관세법인의 설립취지에 반하는 것은 물론, 유한회사 상법의 규정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A관세법인 구성원인 12명의 관세사가 회계연도 종료 이후 각 출자구좌별로 법인 이익을 배당받은 것은 문제가 없으나, 개별 관세사의 영업이익에 따라 관세법인 매출과 이익을 각자 관리·귀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원고측 주장의 핵심이다.
◆구성원 별산제 합의했어도 법인에 효력 없어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은 관세사법 제17조의8(사무소 설치 제한) 제3항, 제17조의10(경업금지) 제1항 규정을 들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관세사법 제17조의8 제3항은 ‘관세법인의 이사와 이사가 아닌 관세사(이하 소속관세사라 한다)는 소속된 관세법인 외에 따로 사무소를 둘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17조의10 제1항에서는 ‘관세법인의 이사 또는 소속관세사는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그 관세법인의 업무 범위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하거나 다른 관세법인의 이사 또는 소속관세사가 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풀어보면 관세법인 구성원인 관세사가 법인 명의로 통관업무를 수행하며 발생한 이익을 개인 이익으로 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남부지법은 “관세법인 구성원들이 별산제 방식으로 관세법인을 운영했다고 하더라도 관세사법의 관련 규정 취지·강행규정성 등에 비춰보면 이는 구성원들 사이의 내부적인 약정에 기초할 뿐 관세법인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고, 대외적인 관계에서도 그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관세사가 법인 소속인 이상 모든 업무 수행과 재산 귀속은 법인 명의와 계산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내부규정으로 달리 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사원이 발생시킨 매출을 각자 귀속시키고, 공통비용만 분담하는 별산제 운영 방식은 법인의 통일된 회계와 책임구조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법은 “내부적인 약정에 해당하는 별산제 운영에 관한 합의가 그 당사자들 사이에서 유효하려면 적어도 사원 전원의 동의가 요구되는데, 전체 관세법인 지분의 32%를 보유한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별산제를 승인한 것은 관세사법 및 상법에 의해 보호되는 사원권을 침해한 하자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0.5.13. 선고 2009도1373 판결)를 인용해 “주식회사의 지점이나 합명회사가 보유한 재산은 주식회사 지점이나 합명회사 소유일 뿐, 법인격도 없고 권리주체도 아닌 주식회사 지점이나 합명회사 분사무소 구성원들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라며 “이와 같은 법리는 상법상 유한회사 규정이 적용되는 관세법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은 1·2심 판결이 합당하다고 보고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업계 "단일법인 구조전환 시발점 돼야" 행정적 파장 가능성에도 촉각
이번 확정판결을 접한 모 관세법인 관계자는 “관세법인의 원취지는 각 분야별 전문성을 관세사가 한데 뭉쳐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전문성과 신뢰성을 받도록 한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법인 명의만 같이 쓰고 업무도 별도로 이익도 별산으로 취하는 것은 관세법인 설립 취지와는 동떨어진 것”임을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관세법인을 더 이상 개별 관세사의 영업권 집합이 아닌, 실질적인 단일법인(One Firm) 구조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며 “지분에 따른 이익 배당 원칙을 지키면서도 성과급 등 합법적인 인센티브 체계를 통해 기여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현재 별산제 또는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 중인 관세법인은 물론 비슷한 구조로 운영되는 세무법인 등 전문직 서비스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사원 1인의 문제 제기만으로도 별산제 운영방식이 무효 소송대상이 될 수 있기에 법인 지배구조 또는 운영 전반의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행정적 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세청의 행정처분이나 과세당국의 세무조사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