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방세목 교환과 지방분권

2005.08.04 00:00:00

안종석(安鍾錫)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여당 의원들이 강남·북간의 재정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 시세(市稅)인 담배소비세, 자동차세, 주행세를 구세(區稅)인 재산세와 맞교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할 모양이다. 과거에도 몇차례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던 개편안이다. 이번에는 명목상 드러난 재정격차 외에도 국가정책 추진에서의 일관성 확보라는 점이 개편안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중앙정부가 부동산 과세의 과세표준율을 올리자 지방자치단체가 탄력세율을 적용해 관할주민의 세부담을 인하한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세제는 지방자치제의 핵심을 이루는 제도로서 지방자치 및 분권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세는 세목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는데, 크게 두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세율이나 과세표준을 결정하게 되면 지나친 조세경쟁이나 조세수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세목들이다. 지방세 중에 이런 세목들이 포함돼 있다면 다른 장점이 있기 때문이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세원의 보편성이다. 즉 세원이 국가내 전 지역에 고루 분포돼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담배소비세, 주행세, 자동차세가 대체로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이러한 세목들은 지방정부에 과세 자율성을 부여할 수 없으므로 중앙정부가 조세정책을 결정하고 지방정부는 정해진 정책에 따라 조세를 징수해 사용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지방정부가 조세정책을 결정하고 그에 대해 주민 앞에서 책임을 지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세'라고 하기는 어렵다. 중앙정부가 세입의 규모와 주민의 부담을 결정하므로 오히려 이전재원의 성격이 강하다. 한편 지방정부에 정책결정의 자율성을 부여해도 큰 문제가 없어 '진정한 의미의 지방세'로서 역할을 하기에 적절한 세목이 있는데, 그 대표가 되는 것이 재산세이다.

그러므로 시세인 담배소비세와 주행세, 그리고 자동차세를 구세인 재산세와 교환하는 것은 지방분권화의 관점에서 자치구의 조세정책에 대한 자율성을 크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치구의 세입에서 재산세를 제외할 경우 사실상 자율적으로 세수입을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어지게 된다.  이는 자치구를 세입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없이 상위 정부에 의해 주어지는 재원을 사용하는 단체로 전락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형태의 분권화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지방재정의 책임성이 크게 약화된다는 점이다. 지방재정 세입의 대부분이 상위 정부로부터 이전된 재원으로 채워지고, 그 재원조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해당 상위 정부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지역주민 앞에서 재정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한편 상위 정부가 하위 지방정부를 통제할 적절한 수단을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지방정부의 상위 정부에 대한 책임성도 미약하다.

또다른 문제는 지방재원의 상위 정부에 대한 의존이 지방정부의 지출에 대한 자율성도 저해한다는 점이다. 상위 정부재원의 하위 정부에 대한 지원규모 및 방식이 법률에 의해 정해진 경우에도 상위 정부는 법률을 개정해 지방재원의 규모와 배분방식을 변경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상위 정부의 지침을 따를 것을 전제로 새로운 보조금을 도입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지방세입의 자율권이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지방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분권화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분권화된 지방정부의 재원으로서 가장 바람직한 세목인 재산세를 자치구 세목에서 제외하고, 그 대신 반대의 성격을 가진 광역시 세목들을 자치구로 이전함에 앞서 우리는 장기적인 지방자치제 발전방향에 대해 지극히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지역간 형평성과 국가정책의 일관성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지방분권화를 진전시킬 것인가, 아니면 지역간 형평성과 국가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분권화를 포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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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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