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관세환급과 소요량 계산

2005.12.05 00:00:00

박광수 한국관세사회장


 

관세행정을 통한 수출지원제도로서 중요한 것에는 보세공장제도와 관세환급제도가 있다. 보세공장제도라 함은 외국으로부터 원자재를 관세 등 세금을 납부하지 아니하고 외국물품 상태로 보세구역에 반입해 물품을 제조·가공한 후 물품을 다시 외국으로 반출하는 제도이며, 관세환급제도는 원자재를 관세 등을 납부하고 정식으로 수입해 물품을 제조한 후 그 제조된 물품을 외국에 수출했을 때 그 원자재에 부과했던 당초의 관세 등 세금을 다시 환급해 주는 제도이다.     

수출된 물품의 제조에 투입된 원자재에 대한 세금을 다시 환급해 주는 이유는 관세는 간접소비세로서 수입통관할 때 국내에서 소비될 것을 예정해 징수했으나 이들 원자재는 국내에서 소비되지 아니하고 수출물품의 제조에 사용돼 다시 외국으로 반출됐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수출용 원자재에 대해 사전 면세조치를 해주고 수출이 이행됐는지를 사후에 확인하는 방법으로 수출을 지원했으나 면세 자재의 부정유출 및 탈세 등 부작용이 많고 수출이행을 확인하는 사후관리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면세제도를 폐지하고 그 대신에 '수출용원재료에대한관세등환급에관한특례법'이 제정돼 '75년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특례법에서 규정하는 환급방식에는 관세청장이 작성, 고시한 환급율표에 의한 정액환급방식과 실제 수출물품이 제조에 사용된 원자재의 종류와 양을 계산한 소요량에 의거,환급액을 산출하는 개별환급 방식이 있다. 정액환급 방식으로 중소기업체가 수출하는 물품에 대해서만 고시돼 있고 소요량에 대해서도 특례법은 관세청장이 표준소요량을 작성, 고시해 기업체가 스스로 계산한 자율소요량과 비교해 유리한 쪽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표준소요량이 고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율소요량에 의해 관세환급이 집행돼 왔다.

자율소요량제도가 시행된 것은 '98년7월1일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대외무역법의 규정에 의거,공업진흥청장 등이 작성, 고시한 '기준소요량'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 기준소요량은 원자재의 종류와 특성, 그리고 원자재를 사용해 제조된 제품의 종류와 특성을 무시하고 평균개념에 입각해 작성된 소요량이므로 세금을 환급해 주는 기준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했다.

따라서 기준소요량제도를 폐지하고 그 대신에 기업체가 스스로 책임을 지고 소요량을 계산하되 특례법 제10조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의 규정에 의거,관할지 세관장에게 그 계산된 소요량을 신고하게 하고 세관장은 사후에 필요한 때에 심사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실제 환급되는 실태를 살펴보면 중소기업체에 의한 간이정액환급의 비중은 작년도의 경우 건수 면에서는 33.5%였으나 환급액은 1천309억원으로 5.3%에 불과했다. 그 대신에 개별환급이 건수 면에서 66.5%로 간이정액환급의 두배이나, 금액은 2조3천586억원으로 94.7%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관세환급의 적정성 여부는 개별환급의 집행에 달려 있고, 개별환급의 적정성 여부는 소요량 계산의 적정성 여부에 달려 있다 하겠다.   

작년도 관세청이 수입물품에 대해 징수한 관세는 6조7천483억원이며 수출물품 제조에 사용된 원자재로 환급된 관세는 2조4천895억원으로 그 비중이 36.9%에 달한다. 무역수지 적자폭이 206억달러로 최대규모였던 '96년도의 경우 관세징수액은 5조3천95억원이었으나 관세 환급액은 1조4천357억원으로 27%의 비중에 불과했다. 그러나 '99년도에는 환급비중이 44,7%에 달했다. 이와 같이 수출여건에 따라 환급액의 비중이 달라졌다. 물론 관세환급이 원자재 수입과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생산해 수출신고가 수리된 날로부터 2년이내에 당해 수입 원자재에 대해 환급이 발생하므로 관세를 징수한 시점과 환급을 지급한 시점에는 필연적으로 시차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활동의 결과라는 점에서 평균적 추세는 형성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이와 같이 관세 징수액에 비한 환급액의 비중이 크다는 점, 그리고 그 비중이 일정하거나 감소하는 추세가 아니라 기복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정부는 관세징수 못지 않게 적정 관세환급을 위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소요량 심사는 본부세관 단위에서 수행한다. 그러나 연간 약 8천개 업체가 약 23만여건에 대해 신청하는 관세환급을 본부세관에 설치돼 있는 1개 과에서 청구된 개별환급을 심사하면서 동시에 소요량도 심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대외무역법에 의한 '기준소요량'으로 세금을 환급하는 엉터리를 시정한다는 명분으로 기업체에게 책임을 지우는 자율계산의 개념을 도입했으나 막상 그 소요량이 적정한지 확인하는 세관장의 책임 이행은 소홀히 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어차피 수출을 지원하는 제도니까 하는 안이한 생각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적정 관세환급을 도모하는 방안으로 몇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소요량 관리를 위한 전산시스템의 개발이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환급청구를 처리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앞서 소요량 관리를 위한 시스템 개발을 먼저 했어야 했다. 동종 동질물품, 유사물품 등 소요량을 비교할 수 있는 D/W(Data Warehouse)를 구축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는 소요량 심사를 하나의 본부세관에 집중시키는 방안이다. 심사업무를 중앙화함으로써 자료의 비교가 가능해진다.

셋째는 관세전문가인 관세사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관세사법 제2조에 특례법에 의한 환급청구의 대리가 관세사의 직무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소요량계산서의 작성은 환급청구업무와 별개의 업무이다. 소요량계산서 작성은 수출물품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원재료의 양을 생산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발생되는 손모량(損耗量)을 포함해 계산하고 이를  관할지 세관장에게 신고하는 일이며, 환급청구는 이 계산된 소요량에 의거,환급받을 세액을 청구하는 일이다. 따라서 소요량 계산은 환급청구에 부수되는 업무가 아니라 오히려 환급제도의 기본에 관한 사항이다. 환급청구는 쉬운 일지만 소요량 계산은 당해 제품과 원자재의 특성, 제조공정에 대한 식견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소요량계산서의 작성 및 작성대리를 관세사법에 독립된 관세사의 직무로 설정하고 소요량 계산에 전문지식을 갖춘 관세사를 배치하고 있는 관세법인에게 계산서 작성 및 심사업무를 전담시키는 방안이 적정 관세환급을 확보하는 효과적 방안이 될 것이다.

※본란의 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정신문 기자
- Copyrights ⓒ 디지털세정신문 & taxtime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발행처: (주)한국세정신문사 ㅣ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7안길 11 (서교동, 디.에스 빌딩 3층) 제호:한국세정신문 │ 등록번호: 서울,아00096 등록(발행)일:2005년 10월 28일 │ 발행인: 박화수 │ 편집인: 오상민 한국세정신문 전화: 02-338-3344 │ 팩스: 02-338-3343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화수 Copyright ⓒ 한국세정신문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