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원 서강대 교수
드디어 그들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어느 저명한 분은 그들이 갖고 있는 핵은 장난감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읽은 적이 있다. 핵이 장난감으로 표현되거나 인식되는데 진정한 위험이 있다. 핵을 갖고 장난을 치는 자들이 바로 코앞에 있다는 것이 우리를 매우 불안하게 한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구약성경 사무엘서 상권에는 이스라엘에 왕정이 시작되는 과정이 간단하게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왕을 세우고 그 다스림 밑에 스스로를 복종시키는 과정을 너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하나의 거래과정이었다. 국민들은 스스로 왕에게 복종해 왕에게 상당한 세금을 바칠 것을 약속한다. 그 대신 왕은 백성들 앞에 나가서 전쟁을 수행해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며 치안을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한다. 오늘날의 국가와 국민의 관계도 이러한 거래에 바탕을 둔 계약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이 국민들에게 유익이 되기 때문이다. 국가는 국민생활의 안전을 보장해 주고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등 세금값 이상의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에 기꺼이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다.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현대 국가의 역할이 매우 다양하고 광범해졌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국방과 치안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우리와 같은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이다. 한나라였다가 분단돼 서로 적대시하며 반세기를 넘는 기간동안 지내왔다. 그러므로 통일이나 민족공조 같은 개념은 매우 가치있는 것이고 우리가 당연히 추구해야 할 일들이다. 그러나 북한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자들은 주민들을 아사 또는 동사시키고 자유를 극단적으로 억압하며 착취하는 무력하고 사악한 집단이다. 이들은 분단직후 기습남침을 감행함으로써 한반도를 참혹한 전쟁터로 만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역사적 범죄를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헐벗고 굶주린 주민들은 방치해 둔 채로 엄청난 화력과 전쟁장비들을 휴전선 일대에 배치해 남한의 안보를 위협하는 일에 재정을 집중해 왔다. 장사정포,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을 쌓아놓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런 집단이 드디어 세계인의 우려와 만류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이제 우리의 안보는 극단적인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북한 지배집단이 하는 행동을 우리 정부가 통제하거나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을 한다. 그들이 핵실험을 한 것이나 미사일을 개발한 것이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과연 우리 정부가 그동안 국민의 안보를 위해서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서 국민에게 납세의무의 이행을 강요하면서 국가는 응분의 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먼저 북한군부가 우리의 적이 아니라고 강변하기 시작한 점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같은 민족이라도 혹은 국적이 같다고 해도 국민다수의 안보를 위협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당연히 제재의 대상이 돼야 한다. 장사정포를 휴전선에 전진배치하고 있는 집단이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의 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일련의 국방정책 변화를 통해서 우리 국민전반의 안보의식을 마비시키고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본다.
두번째로 동맹에 의한 협동과 자주를 혼돈한 전략적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안보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우리 민족이 아니고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집단이 우리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 때문에 손을 잡아야 할 대상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해 국가 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한 실수를 시급히 반성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세번째로 북한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재정적 지원의 의미를 재평가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지원은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고 북한의 경제를 회생시켜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명분으로 국민들의 동의 또는 묵인을 얻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으로 들어간 자금이 핵개발이나 미사일 개발에 투입됐다는 증거는 물론 없고 그렇게 전용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자금이 펀지블(fungible)하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지원한 자금이 북한 정권의 어떤 필요를 채웠다면 그만큼 핵개발에 다른 자금을 투입할 여유가 커지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우리들의 세금 등으로 조성한 자금을 북한에 보낸 것이 결국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핵과 미사일이 돼 되돌아온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의 선량한 국민들은 국가의 이러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납세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이 정권의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식을 갖고 있다면 지금쯤에는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햇볕정책이니 포용정책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문제가 있었다는 반성을 할 양심은 남아 있을 것이라는 착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을 받아가는 사람들의 책임을 제대로 깨닫는 사회가 성숙한 선진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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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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