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순강 세무사의 X파일]기업세무관리 비법(17)

2006.01.26 00:00:00

금융추적과 거래처조사

기업의 실체는 현금흐름이다. 매출이든 차입이든 현금의 유입이 있어야 하고, 매출원가 또는 비용지출 등 현금의 유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현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 파산하게 된다.

재무제표라는 것은 기업의 현금흐름을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항목별로 구분 표시한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필자가 세무조사를 했을 때나 국세공무원·검사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재무제표의 조사나 수사는 기본개념 파악 정도에 그치고, 현금흐름의 실체를 파악하라고 주문한다. 이것이 핵심사항이고 기업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사항이다.

따라서 오늘의 주제는 금융추적과 거래처 세무조사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우선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1. 조사업체 개황 및 조사동기
(주)○○산업은 크린 룸 바닥재를 생산·시공하는 업체로 주원료인 알루미늄 등을 매입·생산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법인에 납품하는 연간 외형이 2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이다. 이 기업 사주의 친척이 13회에 걸쳐 청와대 등에 세금 탈루를 제보했다. 제보내용은 빈약하나, 피제보자는 미국에 외화를 유출해 별장을 취득했으므로 조사를 해달라는 내용이다.

2. 사전심리분석과 조사착수
원재료 등 가공매입을 사전 분석한 바, 100억대이상의 가공매입 혐의가 있고,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돼 부과제척기간을 10년으로 하게 된다.

특별조사대상으로 선정해 공장 및 서울사무실을 세밀히 수색했다. 그러나 과거 5년이전 서류는 이미 폐기했고 이후 사업연도 중요서류도 조사를 예상하고 은닉·폐기했다.

3. 조사진행 내용
매출누락은 없고, 외화유출 혐의도 검토했으나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비자금과 개인축재를 위해서는 가공 매입세금계산서를 수취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고액 매입처가 대부분 단기간에 사업을 영위하다가 폐업한 사실과 회사에서 자재구매시 필수적으로 기재되는 발주서와 발주관리대장상의 거래처와 금액이 매입처별 세금계산서 합계표와 현저한 차이가 있음이 발견돼 해당 업체를 거래처확인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4. 금융추적조사
가공거래 혐의업체의 회계장부를 검토했으나 가공거래의 결정적인 증빙을 찾을 수 없었고, 또한 당좌거래 등 외형상으로는 전액 대금지급이 이뤄져 가공거래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추적조사에 착수했다.

먼저 가공거래혐의업체에 대한 입출금 거래명세서를 조회하고 차명계좌의 자금흐름 역추적 작업을 동시에 실시했다.

금융추적조사 과정에서 은행의 입출금전표에 기재된 필체를 인별로 정확하게 분석해 행위자 및 관련인에 대한 확인과정에서 고액의 가공거래사실을 입증하는데 결정적인 자료로 활용했다.

5. 거래처 확인조사
금융추적조사 결과 매입처에 지급된 거래대금이 회사의 대표자의 차명계좌로 역송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가공거래 혐의업체에 대해 거래처확인조사를 실시했다.

23억원을 가공거래한 업체 사장의 피신으로 가공거래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당시 조사업체의 경리차장이 현재 미국 뉴욕으로 이민해 세탁소에 근무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에 국제전화로 가공거래 내용 및 가공세금계산서 수취행태 등에 대한 전화 내용을 녹취하고, 확인서를 항공우편으로 징취하는 등의 조사기법을 개발하면서 조사업무를 적극적으로 주도해 가공매입처에 대해 총 103억원의 가공거래금액을 적출했다.

6. 친·인척 명의 신탁재산 조사
사주는 위 가공거래로 조성된 자금을 모친 및 처, 자 등의 명의로 다량의 부동산을 취득한데 대해 증여세를 추징했다.

7. 조세범칙처리
적극적이고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바, 이는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서 조세범처벌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거, 조세포탈범으로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또한 정확한 금융추적조사로 법인의 명의상 대표자가 아닌 실대표자에게 상여처분하고 고발조치했다.

이 세무조사는 상당히 어렵고도 복잡한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세무조사에 조사공무원들의 노고가 얼마나 큰가를 알아야 한다.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조사공무원들에 대해 숙연함을 느낀다.

필자가 기업의 경영자에게 충고 또는 조언을 하건데, 아무리 경리를 잘 했다고 하더라도 변태경영은 어디에서든 불거진다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외형상의 장부나 회계처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그러나 한 꺼풀만 벗겨내면 진실은 바로 드러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금융추적과 거래처조사이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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