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순강 세무사의 X파일]기업세무관리 비법(20)

2006.02.09 00:00:00

무료검진 어때요
의사들은 건강한 사람이 돌연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왜냐하면 자기의 건강을 과신해 평소 조심을 하지 않아 사망률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당뇨병 환자들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기 때문에 평소 꾸준한 치료와 건전한 생활습관으로 오히려 건강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이나 사물에는 명암이 있다. 그 중에서 밝은 면에 초점을 맞추고 노력하며 사는 것이 삶의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납세자들은 '세무조사'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내용에 대해 여기 연재되는 X파일이나 그간의 칼럼에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오늘의 이야기는 '세무조사를 자청해서 받아보자'이다.

미국의 씨티은행과 GM 등 대기업들의 본사에는 미국 국세청 직원들을 위한 사무실이 있다.

본사의 전망 좋은 곳에 사무실을 마련해 두고 일년 내내 세무조사를 받는 게 관행화돼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스스로 자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회계의 투명성을 검증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영자 혼자서 회계와 장부를 관리하고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지는 않지만 직원들의 부정을 적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공짜로 세무조사를 받아 회계를 점검할 수 있다는 속셈이다.

또 하나는 엔론사태 등으로 회계법인의 신뢰성이 추락한 현실에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그 신뢰성을 회복해 대외적인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언론에 세무조사대상 기업 이름이 보도되면 '기업에 악영향' 운운하며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기에 급급하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두려워 말자. 아래의 두 사례는 세무조사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줄 것이다.

(1)재벌의 종합상사
영업부에서 철강을 구입하는데 품질·수량 등에 비춰 구입단가가 높다고 판단됐다. 해당 기업에서는 매 계약건마다 손익계산을 하는데 통상 마진율이 2∼3% 정도였다.

고가 구매의혹이 있는 거래처에 대해 금융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구입대금의 5%를 거래처에서 구매직원의 계좌로 송금하고 있음이 나타났고, 구매직원의 계좌를 출력한 바 당해 거래처뿐만 아니라 수년간 다른 거래처에서도 똑같은 수법을 사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회사의 대표이사는 "세무조사를 더 강도 있게 해 주십시오. 세금은 전부 다 내겠습니다. 회사의 매출대비 당기순이익률이 1%인데, 직원들이 5%의 리베이트를 착복한다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고 요구해 조사기간이 상당히 늘어났다.

(2) 대형 공기업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내 유수의 공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된다. 공사발주 건수와 금액이 상당히 많고, 발주과정에서도 투명하지 않은 사실이 포착된다.

문제점이 드러난 몇개를 표본으로 하여 공사대금 지급에 대한 금융추적에 나섰다.

그 결과 이 건 이외에도 다수의 공사에서 공사대금의 10%가 공기업 직원들의 계좌로 송금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나는 위 두 사례를 가지고 경영자들에게 말한다. "세무조사를 결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세금은 내겠지요. 그러나 이보다 더 좋은 무료검진이 어디 있습니까?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더이상 경영자들 혼자 기업을 관리할 수 없음을 아셔야 합니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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