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아직 '내집 마련'을 하지 못한 서민들과 신혼부부들,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조금 더 나은 환경으로 이사가고자 했던 수많은 중산층들이 시름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높아져 가는 호가 속에 흐믓해하는 자산가들도 있지만, 걱정이 앞서다 못해 이내 포기해 버리는 계층도 속출하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은 전세가마저 동반상승시켜 주거환경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등 안정적인 경제생활 영위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90년대말 외환위기에 이은 경제위기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몰락하면서 새로이 빈곤층을 형성한 이래 최근의 지가 및 주택가격 급상승은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지가와 주택가격의 상승은 총체적으로 생산비용 상승요인이 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것이 부메랑이 돼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굳이 이와 같은 거시경제적 부작용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은 분배구조를 급속히 악화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우리의 폐부를 송곳처럼 찌르고 있다.
분배구조라 하면 크게 소득분배구조와 자산분배구조로 나눌 수 있다. 소득이란 일정기간동안 경제활동의 결과로써 얻는 구매력의 증가분과 외부로부터 지원받은 이전소득의 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자산이란 특정한 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금전적 또는 현물 형태의 유·무형의 재산으로 정의할 수 있다. 유형별로는 크게 주식이나 예금증서 등의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으로 나눌 수 있다. 이때 부채를 차감해 순자산을 정의하기도 한다.
자산은 소득에서 소비를 차감하고 남은 잉여소득분, 즉 저축을 기반으로 축적되며, 가격변동에 따른 가치증감분이 더해져 자산가치를 이룬다. 따라서 자산은 저축 등에 기반한 누적소득기여분과 가치변동분의 두 가지로 구성되는 만큼 자산분배 구조의 변화는 이들 두가지 요인의 변동에 의해 발생한다. 이중에서 단기적으로는 가격변동이 자산구성의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분배구조의 불평등이라 함은 소득 또는 자산의 불평등을 얘기한다. 대부분의 사람(가구)이 직접 소득을 획득하거나 국가나 공공단체 또는 친지들로부터 소득을 이전(이전소득)받기 때문에 소득분배구조의 불평등은 주로 각 소득자간 상대소득비, 즉 각 구성원들의 소득비중 차이로 결정된다. 자산의 경우에는 소득과 달리 자산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가구)들도 상당히 많다. 이를테면 주택자산은 30∼40%, 토지자산은 60∼70% 정도의 가구가 해당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므로 자산분배 구조는 소득의 경우와 다르게 소유자와 비소유자간의 상대적 구성비 차이, 그리고 소유자 내부에서의 자산보유액 또는 자산보유 비중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경제위기 이후 실업률이 상승하고 노령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저소득층의 비중이 늘고, 이들의 소득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 소득분배구조의 특징이다. 반면에 자산의 경우에는 최근 지가와 주택가격 급상승으로 인해 이들 자산을 보유한 사람(가구)과 그렇지 않은 사람(가구) 간의 격차가 확대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이 비교적 단기간에 급격히 진행됐기 때문에 소유자 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최근의 지가와 주택가 상승은 특정한 일부 지역에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과 다른 지역 또는 다른 유형의 주택이나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 사이에 상대자산격차를 확대시켰다.
위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경제위기 이후 소득분배구조와 자산분배구조가 공히 모두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소득과 자산을 합친 소득-자산의 결합분배는 이것들과는 변화의 방향이 다를 수 있어 해석상 주의가 요청된다. 일반적으로는 고소득층일수록 자산도 많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소득수준과 자산보유 수준이 비례하지 않게 하는 요인이 많기 때문에 고소득자가 고자산가이거나, 반대로 고자산가가 고소득자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고소득층 가운데에는 비록 축적된 자산은 없지만 열심히 노력해 억대 연봉을 얻는 고소득자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고소득자이지만 자산 측면에서는 저자산가이다. 반대로 은퇴한 사람 중에서는 자산을 많이 축적한 경우도 있다. 은퇴로 인해 소득 측면에서는 저소득자지만 자산이 많은 고자산가인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상속도 소득수준과 자산보유 수준간의 상관관계를 낮추는 요인이다.
그러므로 소득과 자산은 대체로 상관관계가 높지만 예외적으로 반대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최근의 소득 및 자산분배 구조의 변화가 소득-자산의 결합분포에 미친 영향을 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단순히 결합분포의 격차가 확대됐다고 결론짓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경제위기이후 지난 10년 동안 소득과 자산의 개별 분배구조는 각기 크게 확대됐다는 것이다. 자료가 없어 그것이 소득-자산의 결합분배 격차마저 확대시켰는지는 자료가 부족해 확증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예외적인 경우를 포함하더라도 소득·자산 사이에는 정(+)의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최근의 소득·자산 격차의 확대가 소득·자산의 결합분포 격차도 확대시켰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본란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