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 최초 On-Line시험 시행착오

2003.01.16 00:00:00


국세청은 지난해 12월26일 퇴근시간의 일부를 쪼개 오후 4시50분부터 산하 6급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세법 지식시험'을 쳤다.

시험은 각청별 실시시간을 1, 2교시로 나눴고 부산청은 1교시 시험을 대비하느라 특별한 업무를 제외한 외근을 자제했고 부득이 외근한 직원은 시간에 맞춰 서둘러 시험장에 도착해야 했다.

이번 국세청 직원 '기본세법 지식시험'은 직원들의 근무평가에는 관계가 없고 단지 말 그대로 국세청 직원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기본지식을 얼마나 습득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

그러나 어디에서든 시험이라면 자신의 감춰진 실력이 드러나게 마련이며, 특히 공무원 사회에서 상하계층이 뚜렷한데 아무렇게나 시험을 볼래야 볼 수가 없던 터.

크리스마스와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직원들의 볼멘 하소연은 컸지만 예상 시험문제의 정보를 교환해 시험에 대비하는 등 알게 모르게 기본에 충실한 예상문제를 남몰래 넘겨봐야 했다.

그러나 이날 1만4천명의 국세청 직원이 동시에 컴퓨터를 사용하자 시험을 보기도 전에 전산시스템의 과부하로 25분만에 시험을 종료하고 말았다.

자신의 개인정보입력에서 시험문제 접속까지 10분이 소요되는가 하면 3번과 4번 문제의 답안 제시가 넘어가지 않아 계속 에러가 발생, 그이상 시험문제에 접근조차 안 돼 교육원은 부랴부랴 시험 중단을 통보했다.

또 부산청은 1교시에 시험을 친다는 일정시간이 같은 과내에서도 어떤 직원은 1교시에, 어떤 직원은 2교시에 친다는 메시지가 나와 한동안 혼돈에 빠지기도 했다.

시험시작 25분만에 기본지식 시험의 막은 내렸지만 직원들은 '시험을 무기한 연장한다'는 국세공무원교육원의 시행 착오에 대해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 것을 탓하며 자체 인트라넷 등으로 관계인의 질타가 봇물 터지듯 했다.

가뜩이나 연말 업무 마무리로 바쁜 중에 시험을 보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행정기관 최초로 시작한 On-Line시험이 첫 단추부터 잘못 껴 직원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실수는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비록 이번 시험이 일주일전부터 근무성적에 영향을 주지 않는 예고된 시험이긴 하나 시험은 경쟁심을 야기시키므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직원들은 업무 과중과 함께 이중으로 고통을 받는 결과가 됐다.

모처럼 행정기관 최초로 실시한 온라인 시험이 사전 채비의 허술함 탓에 꼴불견이 연출된데다 설상가상 직원들에게 스트레스까지 안겨준 것은 미덥지 않은 세정의 한 단면으로 비춰진다.


허광복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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