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페이퍼컴퍼니에 수백억 비자금…시행사·조합, 리베이트로 '꿀꺽'

2024.09.25 12:00:00

의료인 호화 결혼비용 대납에 명품가구·가전까지 '의약품 리베이트'

CEO보험가입 사주 자녀 설계사 등록해 수억원 준 '보험중개 리베이트'

 

국세청이 건설업계와 의약품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 세무조사라는 칼을 빼 들었다.

 

건설업계 리베이트 관행은 사회생활 초년차라면 알 수 있을 만큼 오래된 관행으로, 최근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인해 초등학생마저 건설 리베이트라는 용어를 접할 만큼 고질적이면서도 국민 주거 안정을 해치는 대표적인 비리·부패 행위다.

 

의약품 리베이트 또한 역사가 오래됐다. 의약품 처방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의료인에게 다양한 수단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 온 의약품 업체는 국세청 세무조사에서도 단골 메뉴다.

 

다만, 의약시장의 구조적인 갑·을 관계 탓에 그간의 세무조사에선 의약품 영업담당자들이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을 밝히느니 차라리 세금까지 내가 부담하겠다’고 하소연할 만큼 강고한 의료계의 카르텔로 인해 여전히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최종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리베이트 비용으로 소진됨에 따라 경제·사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는 가운데, 불법적인 리베이트 관행이 보험업계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법인 자금으로 ‘CEO 보험’을 가입시킨 후 사주 본인이나 배우자 및 자녀 등 특수관계자를 보험설계사로 둔갑시켜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해 온 보험중개업체(GA)가 등장했다.

 

이들 보험중개업체들은 ‘법인자금으로 고액 보험료를 납입하기에 법인세가 절감되고, 자녀 등에게는 법인자금으로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다’고 유인하는 등 CEO 보험시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정작 가입법인 사주가 리베이트만 획득하고 보험을 중도해지함에 따라 보험산업의 거래질서만 훼손되고 있다.

 

이처럼 공정경쟁을 훼손하고 공정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국세청이 건설업체 17개, 의약품업체 16개, 보험중개업체 14개 등 총 47개 업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리베이트 제공 업체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수취로 실제 이익을 거둔 이들에 대해서도 소득세 등을 반드시 과세하겠다는 방침으로, 사회 전반에 퍼진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타 업종의 리베이트 관행에 대해서도 추가 세무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한편, 다음은 국세청이 이번 불법 리베이트 세무조사에서 파악한 산업별 주요 사례다.

 

용역 업체·서류상 회사를 이용해 마련한 자금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하청업체에 용역 대금을 과다 지급하여 리베이트를 되받은 건설 업체가 이번 세무조사 선상에 올랐다.

 

 

㈜AAA는 토목, 주택 공사 등을 주업으로 영위하는 건설업체로, 각종 하청업체에 용역 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그에 상당하는 금액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수취해 왔다.

 

또한, 재건축 수주 대행업체에 부풀려진 용역대가를 지급한 뒤 그 자금으로 재건축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

 

이외에도 시행사가 부담해야 할 분양대행 수수료를 대납하는 방법으로 시행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서류상 회사에 000억원을 대여한 뒤 ‘회수불가’로 회계 처리하여 조성한 비자금으로 국내 발주처에 리베이트를 제공했으며, 해외 시공시설 하자보수 등 허위 명목을 만들어 현지 거래처에 외화를 송금하는 방식으로 해외 발주처에도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국세청은㈜AAA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태로 불법 리베이트 수수 및 법인자금 부당유출 혐의에 대해 정밀 검증 중이다.

 

위장업체를 통해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하여 제공하면서, 하도급사를 통해 페이백 받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도 수취한 건설 업체도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BBB는 주택, 건축, 토목 등 다양한 건설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로, 여러 위장업체에 허위용역비를 지급하여 마련한 자금으로 발주처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해당 허위용역 비용은 회사경비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명의의 위장업체와 허위의 경영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수십억원의 가공용역비를 지급하거나, 직원의 노모(老母) 명의로 위장 컨설팅업체를 설립하여 허위 자문료 수억원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자금을 조성해 이를 발주처에 리베이트로 제공했다.

 

또한, 여러 하도급 업체와 실제 수행 용역에 비해 과도한 금액으로 다수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후 일부 대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리베이트도 수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BBB를 상대로 변칙적 리베이트 수수 및 법인자금 부당 유출 관련 혐의에 중점을 두고 엄정 조사하고 있다.

 

의료인의 호화 결혼 비용을 대납하고, 고급가구·대형가전을 배송하는 등의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약품 업체도 세무조사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의약품 업체 ㈜CCC는 자사의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의료인 등에게 불법 리베이트 수백억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CCC는 병·의원 원장 부부의 고급웨딩홀 예식비·호화 신혼여행비·명품 예물비 수천만원을 대신 지급하는 등 의료인의 사적비용을 대납하고, 의사의 자택으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소파 등 고급가구·대형가전을 배송하는 등 의료인 및 병·의원에 고가의 물품을 제공했다.

 

또한 ㈜CCC의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하여 병원장과 개업의 등에게 전달하고, 마트에서 카드깡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여 의료인에게 지급했으며, 이렇게 불법 리베이트에 지출한 비용 수백억원을 회사경비로 변칙적으로 회계 처리하여 법인세를 탈루한 정황이 포착됐다.

 

국세청은 리베이트 비용을 회사경비로 변칙 계상한 행위를 확인하여 ㈜CCC에 대해 법인세를 과세하고,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료인에게는 소득세를 과세할 예정이다.

 

직접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영업대행사(CSO)를 악용하는 우회적 방식으로 의료인에게 다양하게 리베이트 제공한 의약품 업체도 적발됐다.

 

 

의약품 업체 ㈜DDD는 의료인 및 그 가족에게 직접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어, 임상 수행능력 미달인 의료인의 가족업체에 임상용역비를 과다지급하고, 해당 의료인은 가족업체 자금을 유출하여 사적사용 하거나, 병원 홍보영상 제작비 수억원 등 병·의원의 비용을 대신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DDD는 또한 CSO를 활용한 우회적인 방법으로도 의료인에게 리베이트 제공해, 전·현직원 가족 등의 명의로 다수의 위장 CSO를 설립하고, 수십억원의 허위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자금을 조성한 후 의료인에게 리베이트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CSO 대표에게 과다한 급여를 지급한 후, 현금으로 인출하여 의료인의 유흥업소 접대 등에 사용하거나, 의료인을 CSO의 주주로 등재하여 배당을 지급하는 지능적 방법으로도 리베이트를 제공했으며, 이렇게 지출한 비용을 모두 회사경비로 처리하여 법인세를 탈루했다.

 

국세청은리베이트 비용을 회사경비로 변칙 처리한 행위를 확인후 ㈜DDD에 대해 법인세를 과세하고,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료인에게는 소득세를 과세할 방침이다.

 

CEO보험 가입법인의 CEO 가족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보험중개 업체는 신종 리베이트 유형으로 적발됐다.

 

 

㈜EEE는 중소법인에게 경영인정기보험(일명 CEO보험)을 중개 판매하는 업체로, 해당 보험에 가입하면 고액의 보험료를 법인비용으로 처리하여 법인세 부담도 줄고, 일부는 모집수당으로 돌려받아 자녀에게 합법적으로 증여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탈세를 조장해 왔다.

 

실제로 보험에 가입한 중소법인의 특수관계자(사주 본인·배우자·자녀 등)를 ㈜EEE의 보험설계사인 것처럼 거짓 등록한 후 모집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수관계자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한 수법으로는 가입법인 사주의 10대 및 20대 자녀를 보험설계사로 등록하여 각각 약 1억원의 모집수당을 리베이트로 지급하거나, 가입법인 사주의 2~30대 자녀 4명을 모두 보험설계사로 등록하여 각각 수억원의 모집수당을 리베이트로 지급하고, ㈜EEE는 해당 모집수당으로 지급한 비용 수십억원을 정상적인 인건비인 것처럼 처리하여 법인세를 탈루했다.

 

이외에도 ㈜EEE는 사주일가에게 업계 평균의 3~4배에 달하는 과다보수를 지급하거나, 가공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불법 리베이트 지출액을 확인하여 ㈜EEE에 대해 법인세를 과세하고, 리베이트를 수취한 중소법인 사주일가에게 정당한 몫의 소득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윤형하 기자 windy@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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