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검찰 범칙조사 共助 문제없나

2003.08.21 00:00:00

"초동단계 개입은 국세청 고유권한 상실" 우려


지난 12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회의실.

김정부 의원을 비롯한 이한구·정의화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한결같이 국세청과 검찰이 공조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 위법행위라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조세범처벌법 제6조를 위반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것. 이에 대해 이용섭 국세청장은 오해라고 밝히고,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돼 가는 탈세범에 대해 강력한 조치가 요구되고 있어 필요한 조치라고 답변했다.

▲ 추진일정 및 방향
국세청은 특별조사를 폐지하는 대신 자료상, 사채업자, 떴다방 등의 지능적·고의적 탈세행위에 대해 범칙조사를 하기로 하고, 활성화 및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검찰과 공조협의체를 구성·운영키로 했다.

취지는 지능적이고 고의적인 탈세자에 대해 끝까지 추적·응징함으로써 '탈세는 부도덕'이라는 시민의식의 확산과 성실납세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골자는 국세청 조사국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공동단장으로 하는 중앙협의회를 설치, 중요 탈세정보에 대한 합동분석, 상호 정보교환, 합리적인 고발기준 마련 및 조세범처벌법 등 관계 법령의 개선을 협의한다는 것.

이와 함께 각 지방국세청도 조사국과 지방검찰청 특수부간 지방협의회를 운용, 범칙조사 착수·진행·종료단계별로 조사진행 방향과 처리방법 등에 관해 긴밀한 실무협의를 실시하고, 각종 현안문제가 발생할 때 수시로 개최키로 했다.

세부 운용계획을 보면, 국세청의 조세범칙조사 전문요원과 대검찰청 수사요원으로 편성된 상설 합동분석반을 대검찰청에 설치하고 상호 정보교환 등에 의해 수집한 정보에 대해 상호 분석하는 한편, 분석 결과 탈세규모, 수법 등을 고려해 조사 또는 수사기관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또 지방협의회의 긴밀한 협조하에 사전영장에 의한 조세범칙조사를 실시하고, 조사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중앙협의회에 보고해 법률 자문, 증거자료의 효율적 확보 방법, 처리방향 등을 충분히 협의, 처리 결과를 사후관리해 합리적인 고발기준 마련 등에 활용키로 했다.

특히 주요 조세범칙조사의 경우 정예 수사요원의 지원을 받아 실효성있는 증거자료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검찰 착수사건 중 조세범칙 혐의자에 대한 조사 및 고발 등 협조체제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세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자료상과 이들로부터 고의적 탈세 목적으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매입한 혐의자, 부정한 방법으로 기업자금을 빼돌려 기업주의 재산 증식 등에 사용한 자, 상습적인 부동산 투기 및 고리사채업, 기타 반사회적인 악성 세금탈루행위 등 주요 범칙조사 대상을 예시하는 한편, 세무조사 과정에서 부정행위 발견시 원칙적으로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키로 했다.

이외에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신종 탈세유형에 대한 처벌근거를 마련하고, 자료상 행위자에 대한 가중처벌규정 신설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관한 법률상 조세포탈 관련 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키로 했다.

또 지능화·고도화돼 가는 조세사범에 대한 효율적인 조사와 수사를 위해 상호 전문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이밖에 국세공무원교육원 조세범조사 전문요원 과정에 수사기법 및 형사소송법 등 교과를 편성하고, 법무연수원 교육과정에 조세범칙조사 기법 및 세법과목을 편성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

추진일정은 중앙협의회는 연 2회 개최키로 하고, 조사국장과 조사과장 4명 등 국세청 5명과 중수부장, 수사기획관, 중수과장 2명, 특별수사지원과장 등 검찰청 5명 등 10명이 참석하는 1차 회의를 이달 중 국세청에서 실시하며, 중앙협의회 개최이후 각 지방국세청과 지방검찰청별로 협의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 국세청 고유권한 상실 우려
이같은 국세청 방침에 대해 앞에서 지적한 대로 국회 재경위에서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김정부 의원은 "이 제도의 실시로 중요 탈세정보 분석업무의 효율성 제고와 실효성있는 증거자료 확보로 범칙조사업무의 효과적 수행 및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의 원활한 추진 등 긍정적 측면도 있겠으나 협의체 운영은 국세청의 고유영역이었던 세무조사에 검찰이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국세청의 고유권한이 견제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같은 행위는 현행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세범처벌법 제6조(고발)는 '이 법의 규정에 의한 범칙행위는 국세청장·지방국세청장·세무서장 또는 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고발을 기다려 논한다. 다만 제12조의2제2호(납세증인·납세증지 또는 납세병마개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 또는 제15조의 범칙행위(세무공무원으로서 형법 중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을 경우 그 죄에 정한 형의 3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다)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검찰과의 공조체제를 갖는 것은 조세범처벌법 제6조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라고 전제하고 "국세청이 검찰과 공조체제를 구축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다"며 "국세청이 국민들과 약속한 고유의 권한과 의무를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세범처벌법이 '51.5.7 법률 제199호로 제정된 이후 그동안 국세청의 많은 선배들이 국세에 관한 모든 사항을 국세청의 고유권한으로 지키기 위해 수많은 땀을 흘렸으며, 정부조직법에도 '국세에 관한 모든 권한은 국세청장에 있다'라고 돼 있어 검찰과 상시공조체제를 갖는 것은 엄격히 정부조직법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그는 "이용섭 청장을 비롯한 국세청 간부들이 조세범처벌법 제6조의 담긴 깊은 뜻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기존에 특별세무조사 등의 임의적 세무조사가 문제가 예상됐는데, 이번 협의체 운영에서도 조세범칙조사의 모호한 기준으로 자의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뜩이나 각종 경기 악재로 위축된 기업에게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고, 범법자를 기소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검찰이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초동단계부터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 등 다양한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정의화 의원(한나라당) 역시 "검찰과 국세청이 상시 공조체제를 갖기로 하는 것은 '이리를 피하려다 늑대를 만난 격' "이라며, 속담을 들어가며 국세청의 검찰과의 공조를 비판했다.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은 "국세청이 자기 할 일을 다 못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국세청으로 하여금 세금 징수를 전문적으로 하라고 했더니 검찰과 공조체제를 유지한다는 것부터 이러한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으로 국세청이 검찰과 공조체제를 갖추면, 기업들은 어쩌란 말이냐"고 반문하고 "청와대에 보고한 사항이냐"고 추궁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가 기업들을 장악하기 위해 국세청과 검찰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국세청 본연의 의무와 권한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관계자들은 국세청만으로도 버거운데 동시에 검찰까지 상대하면, 이 어려운 시기에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某 기업 관계자는 "검찰이 탈세사건에 입맛들이면 '이 장부 가져오라, 저 장부 가져오라'는 등 일반사건은 등한시하고 탈세사건만 수사하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선 세무서의 한 서장은 "검찰과의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검찰에 예속된다는 점에서 국세청이 가진 고유권한과 의무를 일부 포기하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같은 부정적인 지적에 대해 이용섭 청장은 "특별세무조사를 폐지한 것은 권력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기업에게 의욕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었으며, 검찰과 공조체제를 구축한 것은 자료상 등 악질적이고 고의적인 탈세가 늘어가고 있는 시점에 범칙조사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국세청과 검찰의 조세범칙조사 공제제도를 두고 국세청 내부에서조차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정치권마저 국세청의 고유권한과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시행과정에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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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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