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義則 VS 실질과세 적용 논란

2003.09.22 00:00:00

SK글로벌, 분식회계 이유 과다납부세액 환급요구


타인기망목적 분식결산 信義則 위배 기각
분식회계 배제규정 不在…거부 不可 결정등
상이한 국심 판결에 SK글로벌건 이목 집중


최근 들어 분식회계가 경제·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매출을 부풀려 더 많은 세금을 냈으므로 이를 돌려달라는 경정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쟁점은 국세기본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제15조)을 적용할 것인지, '실질과세의 원칙'(제14조)을 적용할 것인지에 있으나 국세청은 국세청 예규(법인 46012-916, '96.3.22)를 들어 원칙적으로 경정을 해주지 않고 있다.

국세청 예규는 '법인이 법인세법 제26조의 규정에 의해 신고한 과세표준 및 세액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어 이를 경정하는 경우에는 과소신고뿐만 아니라 과다하게 신고·납부한 금액도 함께 경정하는 것'이라고 회신하고 있으나 분식회계의 경우 이 예규에 적용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국세청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동아건설이 심판청구에서 기각됐고, 대우전자 역시 지난해 7월 감사원에 의해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기아자동차(구 아시아자동차)에 대한 국세심판원 결정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 하더라도 이를 배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거부할 수 없다'며, 총 3천459억원을 경정토록 한 바 있어 앞으로 이 문제는 심판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례
처분청은 대우전자가 지난 97년과 98년 사업연도 중에 임직원에게 무이자 대여 또는 계열사 후순위사채 매입 등의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고서도 인정이자를 계상하지 않은 데 대해 부당행위계산을 부인, 97사업연도 2억659만원을 환급해 주고 98사업연도 18억58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대우전자는 증권선물거래위원회에 의해 97·98사업연도의 분식 결산이 밝혀졌고, 이로 인해 법인세 과세표준을 과다 신고한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과다 신고한 금액분에 대해 경정해 주도록 지난 2001년 감사원에 법인세 부과에 관한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동아건설 역시 지난 96사업연도 공사수입 금액을 과다 계상했으므로 분식결산 부분을 감안해 소득금액을 감액결정해야 한다고 지난 2001년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기아자동차는 지난 2000년 분식회계로 인해 법인세 등을 더 낸 만큼 이를 경정해 주도록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해 3천459만원을 환급받았다.

국세심판원은 지난 2001년 국세심판관합동회의를 개최해 영등포세무서장이 2000.5.1 기아자동차에 부과처분한 98사업연도 법인세 1천500여억원 및 농어촌특별세 1천280여억원은, 98사업연도 특별손실로 계상한 1조5천여억원 중 95·96사업연도까지의 결손금액을 재조사해 이월결손금액을 확정한 후 98사업연도 채무면제액을 이월결손금의 본전에 충당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토록 해 약 3천459억원을 환급해 줬다.

이에 따라 최근 SK글로벌 또한 국세심판원에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를 더 낸 466억원을 돌려달라며 심판을 청구했다. 이 회사는 분식회계가 잘못된 행위이지만, 세금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실제 소득이 발생할 때에만 부과돼야 하기 때문에 분식회계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 만큼 더 낸 세금에 대해서는 환급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질과세와 신의성실
앞의 사례에서 보듯 분식회계 기업이 이익을 부풀린 만큼 세금을 더 냈는데, 이를 돌려줘야 할 것인가 돌려주지 말아야 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그러나 동아건설이나 대우의 경우처럼 기각된 사례가 있는가 하면 기아자동차처럼 경정을 결정, 환급해 준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SK글로벌의 청구에 대해 국세심판원이 과연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대우전자는 과세관청이 분식결산에 따라 신고·납부한 세액에 오류 또는 탈루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경정하는 경우에는 누락된 수입금액을 익금에 산입하거나 과다 계상한 손금을 부인하는 등 과세표준 및 세액을 증액경정만 할 것이 아니라 분식결산에 따라 과다 신고·납부한 세액도 함께 경정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타인을 기망할 목적으로 한 분식결산이 적발돼 청구인 및 청구인의 전 임원들이 형사처벌을 받자, 분식결산을 세무상 손금으로 인정해 납부한 법인세를 돌려달라고 하는 청구는 조세법상 납세의무자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에 모두 해당되고, 모순 정도와 주관적 귀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때 신의성실원칙 등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동아건설이 청구한 건에 대해서도 국세심판원은 '국세기본법 제15조는 과세관청 및 납세의무자에 대한 신의성실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바 조세당국에 재무제표에 의해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계산해 자진 신고·납부함에 있어 과세청은 당초 신고한 내역대로 청구법인의 소득금액을 결정했으므로 분식결산을 해 과다 신고·납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하는 것이어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분실결산으로 인해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허용하게 되면, 외감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고 사회적으로도 분식결산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등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세금을 환급해줄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그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기아자동차의 경우 국세심판원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 하더라도 이를 배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거부할 수 없다'고 결정해 대우와 동아건설의 결정과는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그렇다면 쟁점이 되는 실질과세의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대해 살펴보자. 국세기본법 제14조(실질과세)는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때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해 세법을 적용하고,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수익·재산·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불구하고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을 두고 국세청 일부 관계자들은 "분식회계한 사실이 법원에 의해 밝혀지면 처벌과 별도로 분식회계 자체가 없는 매출을 가공해 부풀려진 만큼 더 낸 세금에 대해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의거, 환급해 줘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국세기본법 제15조(신의성실)는 납세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신의에 쫓아 성실해야 하며, 세무공무원이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과세관청의 행위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는 요건으로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신뢰의 대상이 되는 견해 표명이 있어야 하고 ▶과세관청의 견해 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데 대해 납세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납세자가 그 견해 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따라 무엇인가 행위를 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 84누 593, '85.4.23)

또 지난 '92년 판결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해야 하고, 당해 표명한 사실은 납세자가 주장·입증해야 한다고 했다.(대법 91누 9824, '92.3.31)

이에 따르면 과세관청은 납세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견해 표명을 해야 하고, 납세자 역시 성실신고·납부를 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과세관청이나 국세심판원, 감사원 등 정부의 입장은 분식회계를 한 기업에 대해 더 낸 세금을 환급해 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어서 SK글로벌의 심판이 어떤 결론이 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세심판원은 SK글로벌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정부가 분식회계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 수 있어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달 정도 경정청구 내용을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이어서 신의성실원칙과 실질과세원칙을 놓고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 주목되고 있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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