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심곡(雪夜心曲)

1999.12.20 00:00:00

장재철(張在鐵) 시인

눈은 겨울을 裝飾하는 추위의 同伴者이지만 반갑기는 봄철에 보는 꽃보다 그리 못할 것도 없다.
바람없이 살랑살랑 내리는 가랑눈(粉雪)도 좋고 朔風을 따라 세차게 날리는 눈보라(吹雪)도 나쁘지 않지만 솜덩이처럼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이 역시 其中의 壓卷이라 할 것이다.

눈은 都市와 시골 山村과 들녘 그 어느 곳인들 가리지 않지만 역시 山村에서 보는 雪景이 가장 으뜸이다.
높은 山허리에 부딪쳐서 旋回하는 세찬 바람에 실려 빙빙 돌면서 날으는 눈발의 壯快한 모습.
자고 새면 솔잎위에 두툼히 쌓인 純白色의 雪花가 아침 눈부신 햇볕을 받아 銀빛으로 반짝인다.

아침이 되자 마을 草家지붕은 돌버섯(石茸)처럼 하얗게 눈에 덮히고 여기저기 밥짓는 검은 연기가 물보라처럼 솟아오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잠자는 原色의 昏惑 속에도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는 `부산한 生動'이 있다.

이럴때 中國晉나라의 大詩人 陶淵明의 歸去來辭에 담긴 뜻을 헤아려 본다.
그가 彭澤의 縣令(郡守)으로 있을 때 그 地方의 長官이 束帶(冠을 쓰고 띠를 맴. 즉 禮服)를 하고 큰절을 하라는 말에 憤慨하여 “내 어찌 五斗米(월급)의 하찮은 俸給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小人에게 절을 할까 보냐”고 하며 그 길로 官職을 내던지고 歸鄕해 버린 그 높은 氣槪.

집 안에 서 있는 老松을 어루만지며 感興에 젖으면서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는 `撫松而盤桓'이라는 詩 한 句節.
그것과는 다르고 格調는 사뭇 얕지만 世俗의 煩첣를 떠나서 閑雲野鶴이 되고싶은 心情이 다음과 같은 어쭙잖은 詩句 한 首를 낳게 했다.
   
   
生(어떻게 살꺼나?)
   
過雪風寢不眠
枕上古書堆未讀
沼中隻雁聲不絶
  窓外殘菊香未盡



김영기 기자 ykk95@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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