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에마당-꽁트릴레이]범을 찾아서(上)-1

2002.07.29 00:00:00

이종욱 김천署


최근 텔레비전을 통해서 범이 나타난 흔적이 여기 저기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김천 부항면 인근에도 범이 나타났다는 목격자의 신빙성 있는 인터뷰를 접하고 닥터K는 분주해졌다.

동네 이장에게 전화를 걸어 목격자를 찾고 목격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발자국이 한 줄로 바로 났는지 대칭으로 났는지 물어보며 상기되어 있었다.

범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괜한 농담 정도로 여겨졌으나, 얼마 되지 않아 그의 확신에 찬 진지함에 매료된 나는 그 가능성을 차차 믿게 되었다. 송강과 나는 그의 수하가 되기를 주저치 않고 일행이 되어 삼도봉 자락에서 황악산, 가야산 일대에 이르기까지 짬짬이 주말을 그 일로 보냈다.

'심기가 동요되면 활 그림자를 뱀으로 의심하고, 누운 바위를 엎드린 범으로 보나니, 이런 속에서는 모두가 살기(殺氣)요, 생각이 고요하면 석호도 갈매기로 만들고, 개구리 소리도 고취로 삼나니, 사물에 접하여서 모두 참 기틀을 본다'는 채근담의 한구절을 떠올리면서 금수강산의 한자락씩 마주하는 산행은 시원한 바람속에 젖어오는 향기로 마음마저 아름답게 물들여줬다. 직원 체육대회날, 우리 3인의 범조는 새벽 일찍 닥터K와 바람재를 향하여 '92년 산 프라이드를 몰았다. 비탈길을 돌아 오르는데, 새벽 햇살로 세수를 한 듯한 철쭉꽃들이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환한 미소로 우리 일행을 맞아들였다.

가뭄에 타드는 길 위로 먼지를 한껏 날리며, 직지사로 유명한 황악산 정상길 입구에 다다랐다. 바람재였다. 그는 대뜸 범은 인적없는 심심산중에 있는 법이 없고, 가축들이 있는 인가 근처에 있는 법이라 하였다. 그리 보면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얕은 정상을 뒤로 하고 가파른 계곡을 갈아엎은 목장은 과연 범이 출몰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였다.

닥터K는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작은 시내를 건너 벌써 우리의 시야를 벗어났다. 국세청 직원들의 산행가이드로 널리 알려진 그는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지만 송강과 나의 젊음을 웃음거리라도 만들려는 듯 발길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윤형하 기자 windy@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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