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 隨筆]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꿈꾸며-①

2003.02.03 00:00:00

-오연향, 천안署


만년설로 하얗게 뒤덮인 킬리만자로의 정상에는 말라서 얼어죽은 표범의 시체가 눈속에서 썩지 않고 누워있다고 한다.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하느님의 집'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산의 높이 만큼이나 고고한 영혼의 안식처로 理想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도달하고자 애쓰는 상징으로서의 신비로운 영역이기도 하다.

산정 높이 올라가 썩지 않는 죽음으로 누워있는 표범은 무엇일까?

킬리만자로의 눈'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이다. 

20세기초 인간은 그동안 축적된 거대한 思惟의 힘과 발전된 과학의 이름으로 神의 절대성에 정면 도전을 했다. 기존의 가치는 무력해지고 새로운 가치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는 전환기에 인간의 자아는 고독하고 일면 불안정해 보이는 實存主義의 탐색기를 거치게 된다. 

헤밍웨이도 이 시대의 작가로 神이 부정된 허무한 자리를 인간의 보다 고양된 정신적 가치로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행동하며 그에 따른 일련의 작품을 생산해 냈다. 이 소설도 그러한 부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주인공 헤리스는 아프리카에서 사냥을 나갔다가 상처를 입어 죽음을 앞에 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절명의 순간에 처하여 소설가인 헤리스는 그동안 살아온 자기의 인생을 회고해 본다. 부유한 아내와 물질적으로 풍요하고 향락적인 생활을 하며 살아왔다. 주어진 인생을 치열하게 고뇌하며 성실하게 살 필요도 없었고, 그러한 인간성을 추구하는 작품을 쓰고자 노력하지도 않았다. 비록 그렇게 살아왔지만 죽음을 앞둔 그의 意識은 자기의 삶이 보다 영원하고 고결한 정신의 흔적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며 그러한 작품을 써서 남기려고 애를 쓴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一回的인 존재이다. 유한의 생명을 가진 것은 표범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그러나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그러한 존재의 일회성을 거부한다. 그리하여 평원에서의 안일하고 평온한 삶을 거부하고 오르기 힘든 길을 선택한다. 춥고 배고프지만 선택한 산의 정상에 어렵게 도달하여 거대한 만년설 속에서 썩지 않는 죽음으로 영원성에 도달하고픈 그의 理想을 실현한 것이다.

헤리스도 죽음이라는 유한성을 극복하고자 표범처럼 킬리만자로의 정상으로 옮겨지기를 꿈꾼다. 높은 산을 오르듯 힘겨운 삶과 대결하면서 인간의 이상적인 존엄성을 지키려는 것이다. 존재의 유한성을 극복하고자 쉽고 안락한 것을 버리고 그 이상의 것을 애써 추구하는 해리스와 표범의 치열한 정신이 세상의 많은 자극들로 인하여 이미 둔해진 내 감성에도 시리도록 아프게 다가서는 주제이다.


허광복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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