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稅政詩壇]오천항의 밤

2003.08.04 00:00:00

-이 욱(공주署)


수평선 더듬어 오는 수런거림,
포구에 어둠이 든다
정겹게 머리 맞댄 돛단배들 
하루의 일당을 셈하는 중
가장자리로 밀려난 폐선 한 척
돌아누운 몸뚱이엔 
지문 같은 진주빛 추억이 묻어나고
왈칵 쏟아지는 잠,
억척스레 견뎌온 세월 탓인지
시린 손끝으로 문고릴 틀어 당긴다
갯바람이 발자국소리 접어 넣고 
황혼의 깃발을 살며시 흔들어 본다
무리 지어 앉아 있는 객들은 탁자 위
풀어헤친 바다를 포만으로 지우지만
오천항 사람들은 잃어버린 바다를
다시 찾아다 놓을 것이다
가로등불 기승을 부리는 시간
정물들 바다 한가운데 모여
걸개그림 한 폭을 거꾸로 걸어둔다
새벽녘 기침소리를 기다리며


김정배 기자 incheon@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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