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寸鐵活仁]술은 나의 좋은 伴行!

2003.08.11 00:00:00

-때로 새로운 삶을 알려 준다


나이 八旬, 이제는 술을 끊을 때도 되었건만 나에게는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세상사요, 술이다.

첫잔은 마치 가시랭이에 손을 대듯이 하다가 몇잔술에 거나해지면 그때부터는 別有天地에 非人間이라, 사뭇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지고 뒷일(酒滯痛)을 염려하는 마음은 멀리 사라진다.

무슨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주고받는 사람없이 獨酌으로 술을 마신 적은 단 한번도 없고, 술을 마시고 싶어(입이 당겨서) 마신 일도 없다. 그저 술자리가 자아내는 화락한 분위기가 좋고, 술취해서 생기는 프레싱(주름살 편)한 밝은 심정에 잦아들고 싶어서 술자리를 만들고 찾는다.

젊은 시절 하찮은 公職에 있을 때 술 잘한다는 괜한 소문이 나돌아 명절 때 갖가지 명목으로 들어오는 술은, 모조리 이웃 가게집에 절반값으로 팔아서 그 돈은 몽땅 밖에서 마시는 술값으로 썼다.

그때의 심정을 煮豆燃箕(자두연기) '콩깍지를 태워서 콩을 삶았다'고 표현을 하면 좀 엉뚱하지만 술을 집에서 혼자서는 안 마시는 怪癖(?)으로 連飮을 안해서 그 많은 양의 술을 몸속에 붓고도 알코올 중독을 면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公職에 있으면서 집권 자유당 미워하다가 윗사람 눈밖에 나서 도청에서 쫓겨나 변방 시골郡을 전전하면서 느는 것은 술이요, 세상에 대한 원망이었다. 그래서 좀처럼 술버릇이 없는 내가, '53년 여름 홍길동의 고향인 全南 長城군에서 온 고을을 들썩이는 大形 異色酒失사건을 저지르고, 성가시게 달라붙는 그 지방신문기자들을 조롱하는 코믹포엠(戱詩) 한 수를 '사직서와 함께' 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와 버렸다.

'客故(객지에서 당하는 고생)'

'賤吏大運逢貢酒. 盞吸聲恰麵食聲. 杯百忽傾搖甁後. 客醉孤行多迂餘. 家家忠犬安基多. 過我處處群吼生'

"천한 벼슬아치 운이 좋아 모처럼 공술을 만났으니, 술잔 빠는 소리는 마치 국수 빠는 소리와 같았네. 백잔 술을 얼른 비우고도 모자라, 빈 병을 흔들어 보고 나서 객지에서 홀로 다니다가 곡절도 많았네. 집집마다 어찌 그리 忠犬은 많은고? 내가 지나는 곳곳에 '개떼 짓는 소리'난다."

자기들을 '짓는 개'에 비유하고 愚弄한 이 글은 이 地方신문기자들에게 이상한 逆反應(이런 일로 죽이기는 아까운 젊은 놈이라는…)을 일으키고 그들의 救命운동으로 사직서가 返戾되는 異變도 일어났다.

나는 이 사건을 계기로 한때 술을 끊었다가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는데, 나 같은 철없고 世情馴致에 둔한 사람에게는 술은 여행길에서의 상비약과 같은 것이다.

'老年도 청년 못지 않은 삶의 좋은 기회다.'

이것은 내가 지어낸 自作自娛의 격언이다. 靑年期란 자기모순에 충만한 어리석은 시절이다. 이 말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그대로 꼭 들어맞는 말이다.

나의 生活信條의 하나가 '젊고 여리게 살자'인데 국내에서 몇 안되는 내가 가장 私淑하는 어느 분이 나를 '속없는 양반'으로 指稱한 것은 한치 誤差없는 適評이고, 요즘 老人病 退治用(?)으로 '나의 生涯에 가장 좋았던 일' 몇 가지를 머리맡 벽에 크게 써붙이고, 때때로 소리내어 읽으면서 가끔가다 드리운는 마음의 그늘에 照明을 밝히고 있다.


김정배 기자 incheon@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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