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寸鐵活仁]이 세상에 선비(識者)는 많지만

2003.09.08 00:00:00

- 安貧은 대개가 싫어한다


'邦無道危言遜.'

이 말은 亂世를 사는 선비의 處身術을 가르치는 孔子님의 말씀이다.

즉 나라가 어지럽고 社會에 道義가 없을 때는 그 행동은 무겁고 嚴하게 하여 쉽사리 세속을 따르지 말되, 말(言語)은 겸손自制하여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때가 바로 그 땅(中國)에 戰亂이 그치지 않고 弱肉强食을 일삼던 살벌한 春秋時代이고 보면 조금은 이해가 되지만 '見義不爲無勇也'라 '義로운 것을 보고도 마땅히 할 일을 아니함은 勇氣가 없는 所致'라고 호통을 치셨던 그분(孔子님)이 어째서 그런 '약한 말씀'을 하셨는지 알 수가 없고 언뜻 承服할 수가 없으니, '만약 이 세상 모든 선비(學者와 知識人)들이 제 자신의 無事安逸만을 위해서 不義와 不正과 非理에 눈을 가리고 못본체 말이 없다면, 그 사회와 나라꼴이 뭣이 될까?'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이웃나라 日本俗談에 '구린 것에는 뚜껑을 덮고 긴 것(不當한 권력)에는 휘감기라(同化되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소위 선비를 自處하는 良識있는 사람이 '구린내 나는 더러운 물건'을 치워 없애려 하지를 않고 그 자리에 뚜껑을 덮어서 우선 냄새나 막을 궁리나 하고 자기 몸 하나 편안하기 위해서 옳지 못한 不當한 權力앞에 무릎을 꿇라는 말인가!

노상 그렇지 못하는 것이 丈夫의 氣槪, 선비의 知覺이다.

요즘 우리 국민의 마음의 安定과 情緖를 해치는 갖가지 呈狀은 그 모두가 일종의 유행성 신드롬(症候群)으로 民主意識의 異常發效(?)와 自由意識의 過用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보는데, 그에 대한 診療處方은 쉬 나올 것같지 않으니 답답하고….

요즘 세상에 學者니 知識人이니 하는 이른바 선비들의 處身이 앞서 말한 孔子님의 말씀과는 달리 外剛內柔하여, 말도 않고 行動은 더욱 않는다는 世評이고 보면 樂道는 하되 安貧은 싫다는 것….

하기야 나라 살림에 必要한 稅金 덜 내기 위해서 재벌이 재산을 감추고 '변칙증여'도 하고 國防이 잘못돼 앗차하는 날에는 맨 먼저 禍難을 입어야 할 社會名士 가운데 徵兵適齡 아들을 海外로 빼돌린 사람도 있다고 들리는데, 유독 선비들에게만 '冷水 씻어마시도록' 淸貧을 강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옳지 못한 사람과 不當한 權力을 꾸짖고 타이르는 志槪 높고 용기있는 선비의 存在는 꼭 필요하고 '가뭄에 단비처럼' 고마워하고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김정배 기자 incheon@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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