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받아쓰기는 엄마도 어려워!

2004.09.13 00:00:00

-강효숙(강동서)


퇴근해 현관문 열기가 무섭게 아들이 울먹인다.

"엄마 때문에 받아쓰기 '몇일' 틀렸잖아요…."

큰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릴 듯하다.

그랬나 보다.

받아쓰기 몇개를 틀린 이래 엄마의 군기잡기로 인해 받아쓰기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화, 목, 토를 중심으로 받아쓰기를 하신다던 선생님은 들쑥날쑥 대중없이 시험을 치르는 바람에 어린아이의 특성상 매일 받아쓰기 연습을 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왔다 갔다 하면서 채점하고 틀린 것 다시 쓰라고 했던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며칠이 지난"이 정답인데 엄마는 "몇일이 지난"으로 정정해 아이는 그렇게 연습을 했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연습한 노트를 찾아보니 이틀동안 계속 틀린 글자로 연습을 했다.

싸인을 이렇게 썼다

"범준아, 잘했다. 그리고 엄마가 틀리게 알려준 것은 정말 미안하다." (^_^)

엄마가 써주는 짧은 편지에 만족해 하는 아들은 내일쯤 엄마 싸인을 보고 흐뭇해하리라 믿는다.

지난번은 알림장 글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마구 올라 가길래 '범준이의 이쁜 맘이 글씨로 안 오고 다 어디로 갔을까? 글씨를 쓰는데 이쁜맘이 조금만 와도 글씨가 아주 예뻐질텐데…'라고 했더니, 다음날 편지를 읽고 알림장을 반듯하게 써서 엄마께 보여줬던 아들이다.

범준아, 사랑한다.

받아쓰기는 90점까지가 엄마가 허용하는 점수임을 기억하면서 축구도 열심히 하길 바란다.


김정배 기자 incheon@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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