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稅政詩壇]어떤 어부의 죽음

2004.09.20 00:00:00

조영경(삼척서)


어제 늙은 어부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
육지에서 날아온 연체금 삼천 만원에
어둡고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졌다
파도에 넘실대는 바위가 그의 묘비로 서있다

방파제 끝에 서서 가파른 삶을 쬐어본다
끝내 바다가 마지막 육신을 묻을 곳이던가
모래언덕에 막 지워지는 작은 파문
어려서 가출을 생각 한 적이 있었다
더 커서는 죽음을 생각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해가 뜨면 평범한 일상
별똥이 혼불처럼 수면위로 날아 오를 뿐
해당화 향기도 십일을 넘기지 못하고
늙은 어부의 날숨과 들숨을 체득한
저 하찮은 물새조차 죽음을 타전하지 않는다

그래도 인생은 살아 볼 만하다고
돌배나무 꽃 같은 하얀 위안 삼으며
내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는 길 위에 맨발을 내려놓는다


김정배 기자 incheon@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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