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寸鐵活仁]옛날 買官中에도 名官은 있었다

2005.03.21 00:00:00

지금은 情實로 飼育되는 팔난봉은 없는지?


 

장재철(張在鐵)
本紙 논설위원
소설가

돈으로 팔고 사는 매관매직(賣官買職)이 성행되던 조선조 헌종(憲宗)때의 이야기.(지금은 선거때 도와준 자를 특채하고 단체장의 친인척이 公工事를 獨占 受注하는 폐단도 있다는데…) 강원도 사는 서씨라는 학문과 반명(斑名)이 좋은 선비가 벼슬을 하고 싶어 거금 2천량을 쓰고 경상도 어느 고을 군수(郡守)로 임명됐다.

그때 돈 2천량이면 하늘이 아는 큰돈이고, 그 대부분을 빚을 내 썼으니 그걸 갚기 위해서 돈을 긁어 모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나라에 내는 세금에 덧붙이기도 하고 행실이 나쁜 관내 부자를 공갈해서 공납(貢納)을 강요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자 기골(氣骨)있는 그 지방의 백성들이 은밀하게 모임을 갖고 이 탐욕스런 '신관 사또'를 담아내기로 결의를 했다. 그때 당시의 풍습(風習)으로 백성들이 정당한 이유로 '고을 원님'을 교자(가마)에 태워 관할밖으로 내다버리면 파직(罷職)이 되는 불문율(不文律)이 있었다. 다수 백성들의 일치된 민의(民意)를 수용해 주는 매우 민주적(民主的)인 지금도 본받을 만한 훌륭한 관행(慣行)이었다.

그 일을 사전에 탐지한 '서 사또'는 그 대표들과의 면담(面談)을 자청해 "나를 미워하고 배척하려는 그대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오. 그렇지만 요즘의 벼슬, 특히 '고을 수령'치고 돈 안쓰고 되는 사람 몇이나 되겠소. 나 자신도 그것이 잘못인 줄은 알면서 하는 수 없이 많은 돈을 써서 그 빚을 갚기 위해 본의 아니게 못된 짓을 했소이다. 그러니 여러분의 내침을 당한들 조금도 여한이 없지만, 내 후임이 되는 사람 역시 십중팔구는 나처럼 했을 텐데 그 것을 벌충하려 들 것이니 그것이 걱정이요. 나는 이제 더는 그럴 일이 없어졌는데 말이요."

그 당시의 정황(情況)으로 봐서 백번 옳은 말이었다. 그러니 '원님'을 새로 바꾸는 것은 이제는 다 끝난 재앙(災殃)을 다시 부르는 꼴이 될 것이다. 그 말을 전해 들은 그곳 백성들은 그가 눌러 있기를 간청하기에 이르렀다. 그후 서(徐) 군수(郡守)는 그곳에 재임중(在任中) 일체의 코 밑의 진상품(進上品=뇌물)을 마다하고 많은 선정(善政)을 베풀어 명관(名官)으로 이름을 날렸고, 수많은 명쾌(明快)하고 기발한 재판(裁判)과 일화(逸話)를 남겼는데 그 중 한가지에 다음과 같은 재미난 것이 있다.

△오줌구멍 이동(異同)
관내 어느 강촌(江村)마을에 가난하고 순직(純直)한 어느 노총각이 한 마을 부자집 딸을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워낙 지체가 다른지라 불같은 연정(戀情)을 가슴속에 묻고 말 한마디 못하고 냉가슴만 앓고 있는 참이었다. 어느 여름날 총각이 수수밭에 나가 일을 하고 있는데 몽매(夢寐=꿈속)에도 그리던 그 처녀가 길을 가다 밭가에 쭈그리고 앉아 소변을 보고 있는 광경이 눈에 띄였다.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본 총각은 그 처녀가 용변을 끝내고 사라지자 처녀의 방뇨(放尿)로 움푹 패인 그 자리에 자기도 소변을 봤다.

그리고 자랑삼아(?) 친구에게 한 그 말이 와전(訛傳)돼 '오줌구멍에 어쨌다'는 소문이 나돌자 좁은 시골마을에 큰 소동이 벌어졌다. 그래서 처녀집의 발고(發告=고발)로 송사(訟事)가 열렸는데 현장검증(現場檢證) 결과 '방뇨에서 생긴 패인 구멍'이라는 것이 판명되고, 그렇게까지 한 총각의 애틋한 심정을 헤아린 서 군수의 열정어린 간절한 설득(說得)과 중매로 그들 두 남녀는 부부로 맺어져서 행복하게 잘 살았고, 서 군수의 권유와 지원(支援)으로 두 사람을 맺어준 그 자리에 조그만 연못이 생겼고, 그 수수밭은 값비싼 수답(水沓=논)이 됐다고 한다.


강위진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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