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거시기 값-(上)

2005.06.13 00:00:00

이운우(경주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통근열차를 타러 가는 퇴근길은 항상 같은 시간과 같은 코스인데, 1년여동안 역전시장안 골목길을 거쳐서 지나다니곤 했다.

재래시장이라면 다들 가장 밑바닥층 서민들의 哀歡과 생생한 삶의 현장속에 삶의 의욕과 생기 같은 것이 살아 숨쉰다고들 하지만, 지금은 옛말이 돼 버리고, 경기 침체와 소비 저하로 인한 활기찬 시장의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는 썰렁하고 황량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입에 풀칠하기 위해, 아니면 몇 천원이라도 벌기 위해 난전을 펼쳐놓고 비오는 날만 빼고 춥던 덥던간에 修道하는 苦行者처럼 좌판을 지키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아침저녁으로 볼 때마다 가슴이 알싸하게 따가워지는 까닭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마는 아마도 그분들의 질기고 끈끈한 삶의 끈을 영위해 가는 모습에 자신을 비춰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어물전 땅바닥에서 좌판을 벌려 놓고 철따라 나는 꽁치, 고등어, 물가자미, 노가리, 명태 등 생선을 파는 나이가 70세 넘으신 할머니인데, 인상에 남는 까닭은 다른 난전 상인들은 겨울철 노루꽁지같은 짧은 해가 서산으로 지기전에 다들 撤市를 해 시장바닥은 썰렁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데도 유독 그분만은 혼자 늦게까지 罷場 술에 취한 목소리로 혼자 콧노래를 불러 가면서, 누가 사가는 사람 없어도 바람과 먼지와 어둠속에서도 의연하게 앉아 세월을 낚고 계시는 분 같았다.

오늘 따라 늦추위가 닥쳐 다른 상인들과 지나가는 손님들이 거의 없는 바람이 몹시 세찬 날씨인데도 길목을 혼자서 지키고 계셨는데, 스치로폼 좌판 상자 속에는 팔다 남은, 한물이 살짝 간 냉동 명태 서너마리가 입을 쩍쩍 벌리고 있고, 그 위에다가 바가지로 연신 찬물을 끼얹으면서, "동태나 꼬등어 사이소, 싱싱한 생선 똥값으로 팝니데, 자, 떠리미요, 떠리미!, ∼ 입춘이 지났는데도 와 이래 춥--노, 아-이-고 이눔의 팔자야∼∼"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曲調에 맞춰 타령과 콧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오늘도 역시 소주 몇 잔을 하신 것 같다.

네모난 빈 쇼팅 양철통 옆면에 구멍을 쑹쑹 내고 뒤집어서 그 안에 굵다란 양촛불을 피어놓고 그것을 난로 대용으로 껴안고 계시는데, 그 난로는 생각을 참 멋지게 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연료비 절감에다가 화재염려가 없으며 보기에도 무척 따뜻해 보이니까.

그런데 전에부터 지나다니면서 할머니가 늘 말하는 '똥값에 판다'는 것은 과연 얼마에 판다는지 한번 물어 보려다가 사지도 않는 사람이 괜히 값만 물어보면 실례가 될까 싶어 속으로만 의문과 궁금증을 품고 있었는데, 오늘 통근열차를 탔더니만 마침 안면이 있는 콩쟁이 할매께서 먼저 앉아 계셨다.


오상민 기자 osm11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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