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달콤한 꿈처럼](독서일기 대구 정모 모임)(3)(끝)

2006.01.30 00:00:00

정기선(시인, 금천서)


부산쪽에서 정혜경님, 이현정님, 김정호님, 박흥수님, 서울쪽에서 권용수님, 김용식님, 백승권님, 김미순님, 나, 그리고 그날의 히로인이 되실 대구에서 도상천님, 정재용님, 이경희님, 서계주님, 박정숙님.(무작위 순)

모두 500리 1천리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뭐랄까, 그것은 열정이었다고 할까, 염원이었다고 할까,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내 평생에 부산, 거창, 대구, 구미 등지에 사시는 분들을 만날 이유가 뭐였단 말인가. 그런데 어떻게 연이 닿아 서로 똑같은 마음을 품으며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그곳까지 와서 만나게 됐다. 하여 그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 자리에 각자 갖고 나온 책도 책이지만 서로에게 나누는 선물들도 다양했다. 귀한 와인이 여러병 나와서 맛을 아는 분들의 감탄이 절로 나왔고, 상주 곶감이며, 나오지 못하신 분들의 책선물까지 모두가 서로를 위한 배려가 돋보였고 사랑 가득 담은 마음들이 절절이 전해져 왔다.

김정호님은 시인이자 문학방 방장님으로서 각별한 애정을 갖고 나와주셔서 자리는 더욱 빛을 발했다. 당신의 3집 시를 나온 모든 분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는가 하면, '고향가는 길'이라는 자작시를 구성지게 읊어주셨는데, 그 어조가 어찌나 애절하던지 우리는 술에 취하기 전에 먼저 시에 취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 자리에서 거의 4시간 가량 서로에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나 또한 와인으로 몇잔을 기울인 덕에 어쩔 수 없이 얼굴은 발그레 달아올라서 기분은 한마디로 끝내주게 됐다.(영화 '말아톤'의 초원이 버전)

기분이 좋으니 모든 게 감사하게만 보였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그런 자리가 마련된 거며, 이를 위해 아무런 조건없이 기꺼운 마음으로 준비하는 손길과 애쓰는 마음이며, 무언으로 성원해 주는 마음이며, 처음 뵙는 분은 처음 뵙는 수줍은 마음 그대로, 익숙한 얼굴은 익숙한 마음 그대로 우리는 서로를 위해 뭔가를 더해 주지 못해 안달하는 마음이 됐다. 책을 통해 이어진 사랑, 사랑의 끈으로 이어져 서로에게 고마운 사람, 사람들.

헤어짐의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비례하며 커졌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플래카드 앞에서 포즈를 취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이었을 뿐이다. 형식은 다만 우리 만남의 본질을 치장하는 장식품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면 그 뿐, 우리는 언제고 어디서건 오래도록 끊어지지 않을 사랑과 우정의 탑을 쌓아올린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용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대화 중에도 엉뚱하게 자꾸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우리 이런 만남이 과연 10년 20년 뒤에도 기억되는 만남이 될까? 그 때라면 오늘 이 만남을 어떤 추억으로 기억하고 회상하게 될까. 우리 독서일기 방장님과는 좀더 힘차게 포옹할걸 그랬나? 상천님, 정호님, 경희님이랑 모두 함께? 근자에 누군가와 헤어지면서 그렇게 열심히 손을 흔들어 본 적도 없다. 갑자기 눈물이 나려 했다.

[제자는 꿈에서 깨어 슬피 울었다.
스승이 물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괴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느냐?"
제자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 꿈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뤄질 수는 없더라도 꿈은 꾸어 두자. 깨어 울게 되더라도 달콤한 꿈을. 울고 싶은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그런 꿈을 꾸다가 이런 기적 같은 만남도 일구어 냈지 않은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지만 우리가 만난 말은 마침 7월9일 '친구의 날'이라 불려지는 날이었다. 우연의 일치가 이 정도면, 그것은 운명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만남은 영원히 기억될 운명적인 만남이었다고. 그렇게 믿는다.


김원수 기자 ulsan@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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