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隨筆]죽방멸치

2006.04.17 00:00:00

박상금(군산서)


"따르릉"
"감사합니다"
"언니 아나바다에 건어물 올라온 것 봤어요?"
"건어물? 글쎄 본 듯도 하고"
"택배비 절약하게 필요한 것 있는지 좀 보세요."
"응! 알았어"

건어물이라! 아나바다에 들어가 보니 某직원이 건어물에 대해서 올렸는데 처음 들어보는 죽방멸치 등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기회란다.

죽방멸치가 뭐야? 댓글을 봤더니 '죽방'이라는 기구를 이용해서 잡는 멸치라는데, 궁금 또 궁금해서 옆 직원에게 물었다.

"죽방멸치 알아요?"
"제주갈치처럼 은빛이 반짝반짝하고 손가락처럼 반듯한 옛날 왕실 진상품 멸치일 걸."
"뭐어! 제주 은갈치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멸치라고…."

다음날 사진까지 올라온 건어물 안내를 보니 볶음멸치가 삼만오천원이다.(난 당연히 볶음멸치^죽방멸치인줄 알았다. 왜? 그 집에서 파는 멸치니까) 뭐야, 죽방멸치가 삼만오천원이라면 한번 사 먹어봐… 그런데 집에 사다논 멸치가 있는데, 옆 직원에게 한박스 사서 나눠 먹자고 해야지….

"죽방멸치가 삼만오천원이라는데 사서 반으로 나누어 먹게요."
"멸치 많은데."(왠지 표정이 좀 석연찮다.)
"아따 궁금하니까 먹어보게… 부자집에서 만칠천원때문에 그런다고 봐서는… 어쩌고 저쩌고…"

또다른 직원에게

"죽방멸치 들어 봤어?"
"작년에 먹어봤는데요"
"그으래! 얼마 줬는데?"
"사만오천원", "제주 은갈치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반듯하다며…. 맛있어?"
"아니 일반 멸치하고 모양도, 맛도, 색도 별 다른게 없던데"
"그래! 반듯하고 반짝반짝 빛난다던데 아닌가… 그래도 사만오천원하는 걸 삼만오천원에 주나 보네… 그냥 일반멸치와 같다면 구태여 살 필요없겠다 사서 나눠먹자 할렸더니…"

그날 오후, 전화 한 여직원의 컴퓨터를 보니 죽방멸치는 그날그날 경매가격에 따라 가격이 변동된다는 글귀가 있다.

죽방멸치의 궁금함에 미련을 못 버린 나는…

"뭐 죽방멸치 값이 삼만오천원이 아닌가 보다, 그날그날 경매에 따라 가격이 틀려진다고 써 있네. 그럼 도대체 얼마야?"
"언니! 뭐가 그리 궁금해요 전화해서 물어보면 될 걸."
"허긴"

콕콕콕콕….

"여보세요"
"아예 안녕하세요 뭐 좀 물어 볼려구요."
"…"
"죽방멸치 값이 얼마나 가나요?"
"으음 요사이 제철이 아니라서…. 백화점 납품가로 삼십사오만원쯤 합니다."

뭐라 삼십사오만원! 내 귀를 의심한 나는 목소리를 한톤 높여

"뭐! 한박스예요?"
"예"

한톤 더 높여

"그럼 한박스가 2㎏인가요?", "예에… 특별히 어려운 곳 선물하실 것 아니면 구태여 뭐…. 무슨 멸치(이름 잊어버림)도 있는데 그건 십만원쯤 해요."
"아예 알았습니다."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세상에 삼십∼사오만원하는 멸치가 있다니, 옆에서 전화 듣고 있던 다른 직원 인터넷에서 찾더니 '2㎏도 아니고 1.4㎏가 오십만원인데요' 한다.

뭐야 오십만원 밥 한 숟가락 먹고, 멸치 한번 쳐다보고 그래야지 원… 우리 같은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인 멸치로구만…

죽방멸치 한박스 사서 나눠먹자고 졸랐던 옆 직원, 어쩐지 죽방멸치 값이 비싸단 애길 들었는데 혼자 속으로 가격 별거 아니네 했다나…

그날 나는 아무리 저렴해도 멸치 한 박스에 내 봉급의 20% 정도를 투자할 용기가 없어 죄없는 오징어와 조미 학꽁치로 만족해야만 했다.


윤형하 기자 windy@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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