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道稅政이 꽃핀 이야기<29>

2000.10.05 00:00:00

■ 국세보다 앞서는 소액전세금 ■


금천구 독산본동 ○○번지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다. 세든 집이 공매로 넘어가게 돼 전세보증금 대부분을 날리게 됐다. 각각 1천2백만원과 1천5백만원에 세들어 있었는데 공매가 끝나면 둘이 합해도  5백만원 정도밖에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서민들의 전세금을 보호해주는 법도 있다는데 우리는 구제받을 길이 없는가.

납세자보호담당관을 찾아온 이들은 한눈에도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초라했고 위축돼 있었다.

젊은 노무자 한 사람과 노인 한 사람. 그들은 이제 세들어 살던 집이 공매처분되면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며 차마 한숨도 쉬지 못하는 듯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통지해 온 공매대금 배분내용을 보니 국세는 배분순위가 3위였으며 민원인들은 각각 6위(3백8만9천원), 7위(2백47만1천원)였다.

민원인들의 확정일자가 '97.10.16이고 국세체납으로 인한 압류일자가 '95.5.31이어서 얼핏 보기엔 배분순위에 문제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그 두 사람을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그때 문득 최근에 신문에서 본 소액전세보증금과 국세에 관한 심판결정 사례가 생각나서 국세심판원에 사실확인을 의뢰하고 관련심판결정문을 팩스로 받아보았다.

국세심판결정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전세금과 국세의 우선권 기준은 압류일이 아니라 공매신청일이라 했다. 공매신청일을 기준으로 민원인들의 확정일자를 비교하니 그분들의 전세금이 국세보다 우선순위에 서게 됐다. 즉시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배분계산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당초 배분계산서상 선순위자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한 후 두 민원인에게 각각 소액임차보증금 한도액인 1천2백만원씩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마침 배분금액을 수령한 날이 12월23일. 두 사람은 이튿날인 24일 조그만 케이크를 하나 사들고 납세자보호담당관을 찾아왔다.

행색은 초라하나 밝은 표정으로 찾아온 그분들을 대하니 그날은 어쩐지 그 케이크를 거절할 수 없었다. 아마 '99년 크리스마스 이브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김종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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