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道稅政이 꽃핀 이야기<34>

2000.11.09 00:00:00

■ 친구를 찾아주셨으니 소주 한잔 대접하지요 ■


채권채무관계에 있던 자로부터 취득한 부동산을 양도하고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였다. 그러나 취득당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상대방이 금융채무 등을 감안하지 않고 현금수령액만을 매매대금이라고 확인하여 주자 세무서에는 당초 신고내용을 부인하고 양도소득세 6천2백만원을 고지하였다. 재조사할 것을 청구한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12시10분이었다.

“벌써 점심시간이네? 어쩐지 배꼽시계가 소리를 낸다 했더니…….”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점심식사를 위해 출입문을 나서는데 누군가 쭈뼛쭈뼛 문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중년남자였다.

“무슨 일로 오셨지요?”

“점심시간인데 들어가도 됩니까?”

되묻는 모습이 꽤나 순박했다. 식사를 뒤로 미루고 그를 안내하여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뱃속에선 꼬르륵 소리가 연신 흘러나와 민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 사람은 46세인 이○○씨로 김○○씨의 남편이었다.

과거에 채권채무관계에 있던 친구로부터 부동산을 부인 명의로 취득했다가 이번에 부동산을 양도하고 실지거래가액에 의해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무서에 제출한 계약서의 거래상대방을 확인하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부동산을 취득할 당시 감정이 좋지 않던 거래상대방 조某씨가 금융채무(빚) 등을 감안하지 않고 현금수령액만 매매대금(취득가액)이라고 세무서에 확인해 주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세무서에서는 김씨의 당초 신고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양도소득세 6천2백만원을 고지했던 것이다.

`내가 이러다 점심 굶고 말지…….'

극구 사양하는 그와 함께 구내식당에 내려가 점심을 나눴다.

“관공서에서 밥 얻어 먹기는 난생 처음입니다.”

몹시 고마워하는 그를 배웅은 했으나 이번 민원은 어쩐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일단 한번 부딪쳐서 해결해 보자는 생각으로 조씨를 만나러 갔다. 사전에 전화로 방문의사를 밝혔는데도 조씨는 불쾌한 감정을 표시했다. 그러나 두번째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조씨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조씨 역시 사업실패로 재산을 모두 날리고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씨와 쌓인 감정은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마침내 조씨는 옛날 계약서를 찾아보겠다는 약속을 했다. 조씨의 집이 전세였기 때문에 비좁아서 서류 등 중요한 물건을 조카집에 맡겨놓았다는 것이었다.

이튿날 조씨의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갔다. 조씨는 12년전의 낡은 계약서를 건네주었고 당초 확인해 준 거래금액이 거짓이라는 진술서까지 써 주었다.

그리하여 고지되었던 양도소득세 6천2백만원 중 5천만원을 감액해 주었다. 그런데 한달쯤 지났을까 김씨와 조씨가 나란히 사무실을 찾아와 나는 깜짝 놀랐다.

“담당관님 덕분에 세금문제도 해결하고 옛 친구를 다시 찾았으니 오늘은 반드시 소주 한잔 해야겠습니다.”

두 분의 순수한 호의는 고마웠지만 본인은 소주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체질이라며 어렵게 돌려보냈다.


지형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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