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 src=/data/icon-g.gif border=0> 청와대 首席비서관 '세금 봐달라' 심판소에 강한 압력 

2006.03.13 10:38:01

만날 장소 경호실이 점령, 뜻밖의 자택접대 받고…

 



국세심판소 심판관 A씨가 청와대 某수석비서관과 저녁약속을 해놓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직급으로 봐도 한참 올려다봐야 할 수석비서관이 만남을 청해온 것이라든지 하필이면 약속장소가 삼청동이냐 하는 것 등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삼청동은 국세청 근무때 감사원에 불려가 모진 곤욕을 치른 적이 있어 시쳇말로 '안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서 A씨에게는 그냥 막연히 피하고 싶은 동네였다.

70년대 후반 어느 겨울의 일이다.

국세심판소 심판관 A씨는 청와대 한 수석비서관실 직원 某씨(서기관)로부터 은밀한 청탁을 받았다. 자기가 모시고 있는 수석비서관의 처남이 사업을 하고 있는데 억울하게 세금을 물게 됐고, 그것이 국세청에서 해결이 잘 안돼 심판청구를 한 게 있는데 잘 봐달라는 요지였다.

A씨는 아무리 관료사회의 계급이 무섭다 하기로서니 자기 처남의 세금문제를, 그것도 '억울한 세금'이라고까지 단정하면서 부하직원을 시켜 청탁압력을 넣는 것은 정말 '아니다' 싶었지만 목이 두개가 아닌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소장님한테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걸 모르나요. 거기(소장)는 알아서 할테니까…. 그 사건 당신이 맡았다면서요?"

'그럼 이미 소장하고도 어느 정도 얘기가 됐단 말인가?'

'그렇다면 왜 나한테까지?'

"수석께서는 각하를 모시는 일로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러니 알아서 신경쓰지 않도록 좀 해주세요."

이쪽에서 시원한 대답이 안 나가자 이제는 은근히 대통령까지 끄집어 들이는 것이다.(어휴 벼슬 짧은 게 한이로다).

               
           

           

 



"소장님 청와대 ○○수석실에서 전화받은 거 있습니까?"

"당신한테도 전화왔어?"

소장한테서 화끈한 대답을 못 받자 심판관에게 돌려서 압력을 넣었던 것이다. A씨는 그 길로 수화기를 들었다. 자신의 유일한 빽이라고 생각하면서 고이 간직해 왔던 경호실에 근무하는 외사촌 동생을 써먹을 생각이다. 갑자기 '정의감'이 불쑥 솟은 것이다. 외사촌 동생은 업무의 특성상 '부통령'이라고까지 불리며 막강한 힘을 휘두르던 경호실장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

"난데 자네 언제가 비번이야?"

A씨로부터 전말을 전해들은 경호실 직원은 "형님도 참 딱하시오. 그걸(찬스) 잡아야죠. 참나."

'출세길을 열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왜 그것을 '쫌생이'처럼 놓치냐', '그러니 아직까지 남들은 잘도 나가는데 그만한 실력에 그모양 그 꼴이 아니냐' 등등 핀잔만 잔뜩 들었다.

그런 와중에 수석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으니 마음이 벙벙하고 묘한 기분이 자꾸 머리를 스쳤다. '사촌 말마따나 눈 딱 감고 찬스를 잡아?' 이런저런 머리를 굴리며 만날 장소로 향했다.

그날 따라 유난히 추워 오버깃을 올리고 종종걸음으로 식당 입구에 막 들어서려는데 누가 앞을 딱 가로막는다.

"혹시 심판소?"

"네 그렇습니다만…."

"아, 나 ○○○요. 장소를 옮깁시다"

바로 그 수석이 미리 와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온다고 왔는데 이건 또 웬 낭패람. '뭐가 되게 안되네.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나'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가 이끄는 곳으로 갔다.

까만 승용차 앞에 다다르자 탈 것을 권했다. '이젠 정말 죽는구나.' 머리가 쭈삣쭈삣했다. '삼청동은 왜 이렇게 나하고 안좋아?', '죄진거 없는데 내가 왜 떨어?' 온갖 잡념이 머리를 순식간에 또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모든 걸 운명에 맡기기로 작심하고 차에 올랐다.

"번개 짜식들…거긴 왜 왔어?"

수석은 혼잣말을 뇌까리며 자신을 연희동 자택으로 데리고 갔다.

만나기로 한 식당에 한 번개(경호실 직원 내부 별칭)팀의 회식이 있다는 것을 안 수석이 서둘러 자리를 피한 것이다. 경호실 직원들은 청와대내에서도 그만큼 껄끄러운 존재였던 것이다.

어쨌거나 A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리벙벙'한 상태에서 수석과의 만남을 마쳤다. 뜻밖의 '자택접대'를 받는 것이 대미(大尾)가 되면서.

그 청탁건이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해 A씨는 아직도 함구하고 있다.

< 서채규 本紙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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