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관서 환경개선' 87년 성용욱 청장이 시동

2006.12.15 10:19:45

예산없어 세금깎아주고 '뒷돈 공사' 원성 많아


세무관서의 환경이 지금처럼 산뜻해지고 납세자를 배려한 구조를 갖게 된 원년(元年)은 '87년을 꼽아야 할 것이다. 딱딱하고 칙칙한 분위기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던 세무관서는 성용욱(成鎔旭) 제6대 국세청장의 취임으로 '일대 쇄신'의 기회를 맞았다.

 

세무관서의 사무실 환경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 상태였던 당시 상황에서 갑자기 환경 개선이 강행되자 여러 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특히 예산이 뒷받침 안된 상태에서 일을 추진하다 보니 납세자로부터 원성을 사는 일이 비일비재해 일선 관리자들이나 직원들이 업무추진에  애로점이 많았다.

 

'87.5월 하순 국세청장에 취임한 성용욱씨는 취임 1주일만에 '대민봉사업무 개선을 위한 민원실 확대'를 전국 세무관서에 지시했다. 물론 그 지시 내용에는 우선 눈으로 봐 확연히 드러날 수 있는 사무실 환경 개선이 첫째 항목에 들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세무서의 환경에 대해서는 직원이나 관리자 할 것 없이 거의 무관심 상태여서 신임 국세청장의 갑작스런 '환경미화' 지시를 받은 일선 관리자들은 심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군데군데 긁힌 자국이 보기에도 스산한 사무실 책상, 산소땜질 흔적이 여기저기 튀어나온 직원용 의자, 어두컴컴한 현관입구 등 지금 생각해도 당시의 세무서 환경은 '쾌적'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국세청 예산에 사무실 환경 개선 비용이 없었기 때문에 본청에서는 일선에 변변한 예산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 그런데도 청장은 밀어붙이니 일선 관리자들은 죽을 맛이었다. 관리자들을 더 곤혹스럽게 한 것은 환경개선 시범 세무서를 지정해 놓고 견학한 후 그것을 본받으라는 것이었다. 직원용 의자는 녹두색으로 바뀌고 민원실 납세자용 의자는 빨강·파랑색 빙글 의자가 놓였다. 간이 칸막이가 설치되고 납세자용 필기대가 새로 단장됐다. 시범 세무서를 돌아본 일선 관리자들은 "좋긴 좋은데 돈이 있어야지"라는 공통적인 고민을 안고 자서(自署)로 돌아가 묘안 짜내기에 안간힘을 썼으나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급기야 많은 세무서가 납세자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 과정이 너무 속보일때가 많았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그때는 통했다. 관내의 사업자 가운데 의자나 가구 생산자를 찾아 원가 공급을 요청했다. 말이 원가지 그냥 공짜라고 해야 옳다할 정도였다.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관내에서 좀 잘 나간다 하는 납세자들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무료로 지원받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어떤 세무서는 세무조사 중인 납세자에게 추징금을 깎아주는 대신 환경개선자금을 지원받은 사례도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납세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와 급기야 서울시내 한 세무서장이 지방으로 좌천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문제의 서장이 얼마뒤 억울하다고 청장에 항의했더니 "누가 납세자한테 돈 받아서 하라더냐"고 일갈하더란다.

 

어쨌거나 세무관서의 환경미화 사업은 숱한 말 못할 사연과 곡절을 겪으면서 그해 8월20일을 기준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6·29선언'이 나오고 태풍 '셀마'가 지나는 와중에 세무관서는 '환경미화'라는 태풍을 겪었던 것.

 

감사원 사무총장에서 국세청장으로 온 성 청장은 '감사원 출신' 답지 않게 세무서 환경미화작업의 당위성은 곧잘 갈파하면서도 예산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해 하부조직으로부터 원성을 많이 샀다. 특히 환경개선작업 결과를 관리자 능력으로 결부시키기를 잘해 일선 관리자들이 '본업'을 소홀히 하는 사례를 유발하기도 했다.

 

성용욱 청장은 '88.3.4字로 취임 9개월 남짓만에 '불명예 제대'를 하므로써 역대 국세청장 중에서 가장 단명 국세청장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세무관서의 환경을 對民친화형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라는 족적을 남겼다. <서채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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