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세제도보다 더 중요한 세무행정

2007.05.03 09:33:25

박정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누구나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세금내기를 싫어한다.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서 사고 싶은 것을 사거나 재산을 모으는데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을 때로는 만져보기도 전에 때로는 강제징수라는 절차를 통해서 세금을 내게 되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빼앗기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의 조세부담률을 20% 남짓으로 볼 때 매년 3월3일을 납세자의 날로 우수납세자를 포상하는 기념식을 거행하고 있지만 1년 12달 중 두달이상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위해 일하는 셈으로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날이 세금으로부터 해방되는 조세해방의 날이라는 풍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안전망의 구축 등 정부의 역할은 인정할 수밖에 없으므로 법에 의해 강제로 능력에 따라 또는 혜택을 보는데 따라 세금을 부담한다. 따라서 한 나라 조세정책의 가장 중요한 미션 중의 하나가 세부담의 공평성을 어떻게 확보하는가가 된다. 많은 나라들의 역사상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세부담의 공평성과 관련해 발생한 사회적 갈등으로 전쟁을 치르거나 정권이 바뀌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는 이유도 이러한 사람들의 본성에서 찾을 수 있다.

 

세금을 잘 걷는 원칙에 대해서 아담 스미스는 정확하게 지금으로부터 231년 전인 1776년에 이미 '국부론'에서 공평성, 명확성, 간편성, 경제성이라는 4대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능력과 소유하고 있는 과세기반(means)에 따라 세금부담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의 조세제도 및 행정은 이러한 원칙에 비해 어느 수준일까? 최근 재산세 과세표준이 되는 토지가격과 과세표준 현실화율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국세인 종합부동산세까지 신설되어 세금폭탄이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로 재산에 대한 세부담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세부담의 공평성 측면에서 판단하면 역진적이거나 비례적인 소비세부담이 느는 것보다는 누진적인 재산세 부담이 느는 것이 공평성 측면에서 더 나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세금을 더 내서 좋을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급격하게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불만들이 많다.

 

한편 공평성 하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세부담 차이로 흔히 유리지갑의 문제로 이야기되기도 하는 수평적 공평성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최근 한국조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법정 세부담률은 근로자에 비해 2배이상 높지만 자영업자의 탈세로 실제 세부담은 근로자가 15%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근로자의 실질세부담은 3.35%인데 비해 자영업자는 2.90%로 나타난 것이다.

 

자영업자 사업소득이 실제 소득의 70% 내외로 추정되므로 실제 세부담 차이는 더 클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며 자영업자는 소득이 비교적 투명하게 드러나는 근로자와 달리 과표양성화율이 낮다는 점에서 세부담 격차를 축소하는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각종 공제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세부담을 낮추는 현행 세제는 암묵적으로 모든 자영업자가 탈세를 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탈세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간이과세제도'나 '기장의무 면제'와 같은 각종 특례 제도를 줄여야 한다.

 

현재 일정 매출액 이하 사업체는 매출입 내역 신고 의무와 장부 기재의무를 면제받고 있다. 영세사업자의 편의를 봐준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들과 거래하는 멀쩡한 중견기업들까지 탈세창구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신용카드영수증과 현금영수증의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업자는 예외없이 기장을 의무화하고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본질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딘 것 같아도 분명한 가야 할 길이다.

 

공평과세는 획기적으로 혁신되는 과제라기보다는 점진적이지만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과제라는 점을 잊지 말자. 조세제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세무행정이라는 점도.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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