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계장, 빽 한번 써봐" (46)

2007.05.04 13:32:57

창간 41주년 기념 기획연재 박찬훈(朴贊勳) 전 삼성세무서장

52. 내가 한 작은 역할들

 

내가 그 자리에 있으면서 했던 일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재주꾼들을 철저히 막는 일이었다고 자부한다.

 

그것은 9급에서 출발해 여기에까지 오는 동안 내가 직접 당하고 보고 느끼고 열받은 사실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야 함이 나의 책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다른 부처에서 전입(轉入)하는 사무관 문제이다.

 

그 당시에 재무부나 총무처, 기획원 등 우리업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관에서 국세청으로 전입하는 직원(주로 사무관)들의 전입인원과 배치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그들 기관은 우리청의 조직 개편이나 증원, 예산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청장님은 그들의 무리한 요구도 가급적 수용하려 하셨다.

 

특히 우리 청의 기구 개편으로 조직의 정원이 늘어나는 때나 예산을 더 받아오는 경우에 그들이 우리의 안(案)을 수용하는 대신, 국세청 전입인원을 받아오시는 경우가 많았다. 총무처 몇명, 기획원 몇명, 재무부 몇명 하는 식으로.

 

나는 전입인원의 많고 적음도 문제이지만 그 인원의 딱 5배의 우리 직원들이 승진을 할 수 없게 됨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 인원이 20명이라면 6→5급 20명, 7→6급 20명, 8→7급 20명, 9→8급 20명, 모두 100명의 우리 직원들이 승진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청장님께 보고를 드렸다. 그리고는 "모른 척하고 계시면 제가 알아서 다시 조정하겠으니 그쪽에서 무슨 소릴 하면 청장님은 무조건 인사계장 핑계를 대시라"고 말씀드리고 나서 나는 다시 조정에 나섰다.

 

"청장님하고 약속을 했는데 무슨 소리냐!"

 

"아무리 약속을 하셨더라도 저는 못합니다. 우리 직원이 여기 와서 데모를 해도 책임 못 집니다. 그리고 사무관 증원인원이 50명인데 20∼30명은 곤란하지 않습니까?"

 

결과 전입인원이 모두 절반으로 줄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거기서 국세청으로 전입하는 인원이 무려 ○○명이라고 재무부에서 연락이 왔다.
이상했다. 내가 알기로는 거기서 나올 인원이 불과 2명뿐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일선서 배치도 문제였는데 인원을 줄인 대신 모두 서울에 배치해 달라고 한다.

 

그건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둘째는, 우리 직원의 재무부 세재국이나 세무대학 전출입 문제였다.

 

극히 일부는 그곳을 승진의 창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경우도 용납을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왜냐하면, 국세청에 있는 직원은 승진 적체로 말미암아 그 직급 그대로인데 거길 다녀온 직원은 승진이 돼 나오면서 상급기관의 배경을 이용해 소위 좋은 자리에 가 있으니 입사 동기생들의 열을 또 받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재무부와 협의해 당해 직급 승진이후 4년이 경과돼야 그리로 전출할 수 있도록 했고, 거기서 승진을 한 경우 2년이 경과되지 않으면 국세청 전입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타 부처에서 아무런 세무경력이 없는 직원이 전입하는 경우에는 세정업무를 배우라는 뜻에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지방으로 배치를 했다. 다만 세제국이나 세무대학, 심판소에 근무하다 전입한 경우에는 세무경력으로 인정해 수도권으로 배치를 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거기서 국세청으로 전입하는 인원이 무려 ○○명이라고 재무부에서 연락이 왔다.

 

이상했다. 내가 알기로는 거기서 나올 인원이 불과 2명뿐인 걸로 알고 있는데….

 

확인해 봤더니 재무부내의 다른 국에 근무하는 직원들 가운데 국세청 전출을 희망하는 직원을 세제국으로 발령만 해놓고 국세청의 인사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세제국 근무사실을 인정받아 지방배치를 피하려고 하는 편법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청장님께 보고드리고 재무부로 연락을 했다.

 

만약 이런 전례를 만들면 앞으로 큰 문제가 발생될 수 있으며, 굳이 그렇게 한다면 같은 인원을 교환해야 하고, 누가 봐도 좋지 않은 방법이니 지양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만약 나온다면 무조건 지방으로 배치할 것임을 통지했더니 한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셋째는, 지방청 인사도 잡음이 없어야 했다.

 

본청에서의 인사도 중요하지만 각 지방청 자체에서 추진하는 인사 또한 잡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각 지방청에서도 시내와 지방의 상호 순환 전보기준 등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었다.

 

본청에서는 지시된 인사원칙과 자체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항상 감독했다.

 

서울청은 시내를 갑(甲), 을(乙)로 나누고 2년을 주기로 순환하는 자체 기준을 시행하고 있었는데, 인사가 끝난 후에 본청에서 확인을 해보니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관련자 몇명의 발령을 취소시키고 다시 그 기준에 맞도록 재배치하도록 지시했다. 이렇게 '6급이하 직원인사는 나의 책임이다'라는 각오로 인사원칙을 강력하고 철저하게 이행했다.

 

<계속>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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