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K 前 지방청장을 둘러싼 사퇴문제로 인해 국세청은 적잖이 곤혹스러운 날을 보내야 했다.
설(說)이 설(雪)이 아닌 설(褻)로 끝맺음나고 국세청은 후임 지방청장을 서둘러 전보발령내는 등 파장을 줄이는데 안간힘을 썼으나, 세정가 관계자들은 인사권자에 대한 항명으로까지 비쳐지게 된 K 前 지방청장의 사퇴후유증이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설상가상 이번 사태를 둘러싼 국세청 직원들의 시각도 크게 양분돼 있다.
일단의 직원들은 '측은지심'으로 K 前 지방청장을 바라보며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문화로 인한 희생자'임을 두둔하는 반면, 또다른 직원들은 '당신 스스로가 조직문화를 허물어트린 일탈자'였음을 지목하고 있다.
떠난 자는 말이 없기에 새롭게 의구심을 덧칠하거나 깎아내리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다.
다만 K 前 지방청장이 남긴 사퇴의 변(辯)만은 두고두고 읽어도 아쉬움을 남는다.
스스로에게도 그렇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세정현장에서 묵묵히 고개숙이며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K 前 지방청장이 내부 인트라넷에 게재했으나 단시간만에 삭제되는 등 수모를 당한 고별사의 구절구절을 종합하면 '억울하다'로 요약된다.
명분과 기준없이 사퇴를 강요하며, 그간의 성과에 대해서는 일말의 보상이 없는 인사시스템에 K 前 지방청장은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더 나아가 스스로를 외부 영입청장이 오더라도 명분과 기준없는 인사에 몸을 던져 저지한 아름다운 전례를 세운 인물임을 자평했다.
안타깝게도 K 前 지방청장의 생각에 동조하는 인물은 그다지 흔치않아 보인다. 고위직으로 올라 갈수록 일정 거리감을 두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최근 만난 국세청 某 국장은 "본인 스스로의 생각일 뿐 지방청장 재임시 함께 있던 직원들도 이에 동조할지는 의문"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또다른 某 국장은 "고위직에 올라서면 마음을 비워야 한다"며 "성과와 보상을 앞세워 후일을 도모한다면 이는 중간간부이지 기관장으로서의 참모습은 결코 아니다"고 혹평했다.
안하느니만 못한 고별사로 그간 쌓아온 깨끗한 이미지마저 흔들리게 된 K 前 지방청장에 대해 아쉬움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K 前 지방청장의 말처럼 '몸담아 왔던 정든 국세청을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떠나야∼'했던 셀 수 없이 많은 국세청 인걸(人傑)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까? 절로 궁금증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