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세금계산서 부가세 환급' 판결, 쟁점부상

2007.08.06 09:23:55

'신의성실' 적용, 재판부·세무당국 입장차 극명, 상급법원 판결 관심

재화나 용역의 공급없이 허위로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통해 세금을 납부한 경우에도 납세자가 환급을 요청하면 되돌려줘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나온 이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본보 '07.7.27자 참조>

문제는 사회공동생활의 구성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를 헛되지 아니하도록 성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놓고 재판부과 세무당국이 각각 해석을 달리 하고 있다는 점. 아울러 민법상 ‘비채변제와 불법원인 급여'의 조세법 적용여부도 입장차가 다르다. 다음은 판결문을 통해 허위세금계산서로 납부한 부가세의 환급논란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허위 세금계산서에 의한 부가세 납부도 환급대상(?)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원고 A 주식회사가 00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부가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당하게 부가세를 납부할 경우 환급을 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A 주식회사의 경우 B 주식회사로부터 8억원의 대가를 받고 실물거래 없이 가공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는 점이다.

 

결국 A 주식회사는 ’03년 총 16차례에 거쳐 55억원 규모의 매출세금계서를 발행해 줬으며 특히 허위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부가세를 신고 납부했다. 이후 ’06년 A 주식회사의 대표는 00 지방검찰청로부터 조세포탈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살았으며, 이 회사 대표는 세금계산서가 실물거래 없이 발행된 세금계산서임을 근거로 이미 신고·납부한 부가세 중 각 세금계산서의 매출액에 기초한 부가세 환급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세무당국이 환급 불가 요인으로 주장한 ‘신의·성실의무 위반’ 과 ‘비채변제 및 불법원인급여 해당’에 대해 이유 없다며 부가세를 환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세금을 납부했더라도 환급은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신의성실 원칙’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나?

 

사회공동생활의 구성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를 헛되지 아니하도록 성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놓고 재판부과 세무당국이 각각 해석을 달리 하고 있다.

 

세무당국은 이번 판결과 관련, 원고가 실제 거래없이 각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이에 기초해 부가세를 납부한 후 납부한 부가세를 오납액으로 환급을 구하는 행위는 납세의무자가 지켜야할 신의·성실의무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세소송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적용은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합법성의 원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조세실체법과 관련, 사적자치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법에서 보다는 제약을 받으며 헌법성을 희생하더라도 구체적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고 밝혔다.

 

또한 납세의무자가 과세관청에 대해 자기 과거의 언동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세법상 조세감면 등 혜택의 박탈, 신고불성실·기장불성실·자료불제출 가산세 등 가산세에 의한 제재, 각종 세법상의 벌칙 등 불이익처분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과세관청은 실지조사권을 가지고 있는 등 세법상 우월한 지위에서 조세 과징권을 행사하고 있고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납세의무자에 대한 신의설싱의 원칙 적용은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해야하고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각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행한 이후 허위발행 사실이 밝혀져,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은 B 주식회사가 그에 따른 매입세액 공제 및 손금처리 등을 받지 못하자 부가세에 대해 감액경정 및 환급을 청구한 것으로 원고의 행위는 명백히 자기의 과거 언동에 반하는 행위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행위에 대해 별도로 조세법처벌법 등에서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교부받은 자가 그에 기초해 매입세액 등의 공제를 받는 경우 신고불성실 등에 따른 가산세의 제제 등 세법상 불이익 처분을 받게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과세관청이 납세의무자인 원고에 비해 세법상 우월한 지위에 있고, 만약 납세의무자가 매출을 누락해 부가세를 과소신고·납부했다는 의심이 들 경우 실지조사권을 행사, 매출누락을 적발해 납세의무자에게 부가세를 증액경정하고 가산세 등을 부과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반면 이 사건의 경우 허위세금계산서를 교부받은 B 주식회사는 결국, 세금계산서에 의한 매입세액 공제 등을 받지 못했고 따라서, 아무런 조세포탈도 발생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과거의 언동에 반하는 원고의 청구가 국세기본법 제 15조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될 정도로 심한 배신행위는 아니며 과세관청이 이 사건 허위계산서에 따른 각 부가세신고·납부를 그대로 믿었다고 해도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 허위 세금계산서 실제 매출액 산정 ‘증거자료’ 없으면 인정안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경우 실제 매출액 산정기준에 대해 재판부는 증거자료가 없는 경우 세무당국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세무당국은 원고의 법인세 신고내용 등에 따르면 ’03년부터 ’05년 사업연도의 경우 이 사건 각 세금계산서를 포함한 매출에 상응하는 금액의 실제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사건 부가세 신고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인 것으로 나타나 세금계산서에 상응하는 실제 매출이 발생했지만 실지거래처가 아닌, B 주식회사에 이 사건의 각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준 것으로 판단해 부가세 환급을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세금계산서에 상응하는 실제매출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없는 한 세무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증거우선주의 원칙을 내세웠다.

 

민법상 ‘비채변제 및 불법원인 급여’ 규정의 조세법 적용여부

 

세무당국은 이 사건의 부가세 신고·납부행위는 민법 제 742조의 비채변제 및 민법 제 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돼 환급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채변제’의 경우 채무가 없는데도 변제를 한 경우에는 변제자는 부당이득으로서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채무가 없음을 변제자가 알면서 변제한 경우에는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는 규정이며 ‘불법원인급여’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할 경우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원칙이다.

 

이에대해 재판부는 지난 ’95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 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의 조세법률 관계에서 발생한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민법상의 비채변제규정과 불법원인급여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납부한 부가세의 환급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허위 세금계산서로 납부한 부가세 환급결정에 대해 사회통념상 모순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이번 소송결과에 대해 세무당국이 항소를 할 것으로 보여 상급법원의 판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보 '07. 7. 27자 바로가기>

 

 

 



권종일 기자 page@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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