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및 LNG 세율을 인상해 부족한 세수를 조금이나마 메우려 했던 정부 복안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게 됐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지난 21일 국회 기자실에서 양당대표 회담을 열어 소주세율 인상은 불가(不可)하다는 방침을 확인했고, 한나라당이 요청한 LNG세율 등 감세정책 관련 법안은 상임위에서 논의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중장기 조세수입 확보방안으로 고려했던 '소비분야 과세강화정책'이 상당부분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소주 및 위스키 세율을 90%로 인상하고, LNG세율도 ㎏당 60원으로 조정키로 했었다.
당초 계획대로 세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내년에 LNG 세율인상으로 4천600억원, 증류주 세율인상으로 3천200억원의 세수가 각각 증가할 것이라고 재경부는 전망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이같은 세율조정에 제동을 걸면서 최근 몇년간 '지출증가-세입부진'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과세당국은 더욱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소득세는 소득재분배 기능강화를 위해 더이상 인상할 수 없는 상황이고, 법인세 등 기업과세는 국가간 조세경쟁 때문에 인하 압력을 받고 있으며, 부득이 에너지·술·담배 등 소비분야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는데, 이마저 정치논리에 의해 불가능하게 된 것.
정치권은 나름대로 '고소득층이 고통분담을 하지 않고 서민들에게만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외면할 수 없었을 터이다.
당정이 세제개편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면서도 각종 조세정책에 엇박자를 냄에 따라 연말까지 마련될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수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제정책이 당정간에 혼선을 빚음에 따라 정책추진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세당국은 '원활한 재정수입 확보'를, 열린우리당은 '서민생활의 안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몇몇 사안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종합부동산세 등 신세원 발굴과 세율체계의 전반적인 조정, 각종 비과세·감면·세액공제 축소 등이 그나마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조세수입 확보방안인데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는 세제실 한 사무관의 말은 현재 과세당국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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