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대면 쉽게 알 수 있는 사람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있으니, 서로 얼굴을 붉히기 싫어 눈치만 보고 있을 수밖에…."
국세청 명예퇴직후 산하단체로 자리를 옮긴 임원진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세무사 개업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은 적게는 2년 길게는 3년여를 세무대리업과는 무관한 곳에 재직한 탓에 퇴직 직후 곧바로 개업함에 따른 현직 프리미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세정가의 정설이다.
그럼에도 30여년이상 국세청에 몸담아 온 이들이 세무와 무관한 새로운 업종에 도전한다는게 사실 무섭고도 두려운 일로,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자신있는(?) 세무대리인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이들 대다수가 본·지방청 국장급 및 일선 세무서장 출신으로 내심 특정회사로부터 세무고문 위촉을 기대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퇴직시한을 1년여 앞두고 서둘러 옷을 벗은 이들에게는 세무대리인으로서의 뿌리내림을 위해 안정적 수입원이라 할 수 있는 회사의 세무고문직이 단연 인기다.
국세청 산하단체 임원직을 마다하고 명예퇴임이후 자신의 노력과 주위의 배려로 세무고문직을 수행 중인 또다른 이들에게도 사무소 주 수입원인 세무기장이 쉽게 늘어나지 않음에 따라 고문직이 역시 최고의 인기다.
하지만 기장료 외에 세무고문을 위촉해 별도의 예산을 지출할 수 있는 일정규모이상 회사는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있어, 기존 세무고문을 맡고 있는 이들과 신규로 고문직을 희망하는 이들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앞서 특정 회사의 고문직을 해보려고 한 A某씨가 현재 고문직을 맡고 있는 과거 동료였던 B某씨를 향한 질시도 이같은 배경이다.
일단의 현상을 지켜보는 세정가의 분위기 또한 각각 상반된다. "세무사개업 이후 기반을 잡았으면 이젠 고문직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는 '양보론'과 "길게는 3년간 편안한 국세청 산하단체 임원직에 있었으니 더 이상의 무임승차는 염치없는 행동"이라는 '자력갱생론'이 맞부딪히고 있다.
무엇보다 반평생 넘게 한솥밥을 먹어온 동료간의 우정과 화합이 '세무고문'이라는 명함과 실리 앞에 덧없이 깨지고 있어 그간 면면히 이어져온 '조직애'·'동료애'의 퇴색을 전·현직 국세공무원들은 우려하고 있다.
윤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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