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칼럼]국세가족의 의미

2006.03.27 00:00:00

정양섭 광주지방국세동우회장


지난 3일은 제40회 납세자의 날이자 국세청 개청 제40주년이 되는 날이다. 오전에는 지방청의 '납세자의 날' 기념식 행사에 참석했고 오후에는 본청의 '40주년'기념식 행사에 참석했었다. 개청 기념식 행사에는 전·현직 국세공무원(국세인)이 합석했다.

이주성 국세청장은 기념사의 첫 서두에서 "친애하는 국세가족 여러분!"이라고 호칭했다. 이어서 지난 40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했음을 적시하며 "우리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40년전 오늘, 진정한 국세인이 돼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국세청의 기초를 하나하나 탄탄히 쌓아온 선배님들의 덕분"이라고 했다. 또한 이 청장은 "우리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합심한다면 개청 40주년이 되는 2006년은 새로운 세정사를 쓰는 또다른 한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필자로서는 그 거룩한 성전의 자리에 초청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런데도 재야 동료들의 존재의의와 가치를 찬양하고 부각시키는 덕담까지 아끼지 않았다. 참으로 고맙고 감개무량하기 그지 없었다.

돌이켜 보건대 우리 국세 재야 동료들은 공무원의 비리척결이 있을 때에는 의례히 제1순위로 도마위에 오르던 시대, 재정역군으로서 경제성장 발전의 산파역을 톡톡히 해내고서도 그 공과를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에 설움(?)을 안고 현직시절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국세인 공직자'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냉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감지된다. 그렇기에 필자는 국세청과 국세인 공직자에 대해 남다른 애착심을 간직하며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우리 국세청은 친정이 아닌 나의 '가정집'으로, 그리고 현직 동료들을 '가족원'으로 여긴다. 형제자매처럼 반갑고 우정이 넘쳐 흐른다.

만날 때나 통화할 때나 '식사'라도, '정배'라도 나누자며 스스럼없이 정감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세무조사 등 직무와 관련돼 '뇌물성 또는 향응성'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자제할 줄도 안다. 그런데도 대부분 "그 정리는 알겠습니다만…"이라는 식으로 거절당하기 일쑤다. 초록은 동색이라 했던가,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재야 국세동료들마저 경원의 대상이란 말인가? 회심증과 함께 당혹감을 무수로 느낀다. 자연스럽게 '물과 기름'의 관계가 된다. 더러는 '불가원 불가근'의 관계도 못된다. 이렇게까지 매몰차고 각박해야만 하는가. 개탄스럽고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이 점은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라 동료 재야의 이구동성 푸념이었다.

李 청장의 "친애하는 국세가족 여러분!"이라는 호칭에서 '국세가족'이라는 말이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그래서 본고의 글제를 '국세가족의 의미'로 발제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가족'이란 어버이와 자식 또는 부부 등의 관계로 맺어져 한 집안에서 생활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가족이란 의미에는 합심과 동고동락의 정신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인류학자 프랜시스 슈는 가족이 생활하는 가정집의 구조에 관심을 두고 가족원의 성향을 구분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가정집 구조의 차이에 주목했다. 중국의 가정집은 외부세계와는 폐쇄적이나 집안에서는 가족원 집단적이다. 반해 미국의 가정집은 외부세계와는 개방적이지만 집안에서는 가족원 개인적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 사람은 가정에서는 가족원 개인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지만 가족을 한단위 집단으로 해 외부와 구별되는 명확한 환경속에서 산다. 미국은 이와 반대이다. 따라서 프랜시스 슈는 가족원들 자신의 가치와 생활의 의미를 인간들의 상호관계에서 찾으려는 중국의 가족제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영국의 공적생활 기준에 관한 위원회'가 제시한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 또는 "가족의 가치(Family values)"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주성 국세청장이 "국세가족"이라고 한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닐까? 필자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다. 국정감사장에서 소신있는 태도와 답변으로 명성을 높여 존경을 한몸에 지닌 李 청장의 국세가족 철학에 적극 동참코자 한다. 그런 맥락에서 전·현직 국세인 동료 모두에게 한마디 거들고 싶다.

"경계심보다는 일체심으로, 거절보다는 포용으로 혼연일체가 돼 명실상부한 국세가족이 되자"라고.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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