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칼럼]인생 재무제표

2006.05.22 00:00:00

이구학 광주회계사회장


사람이 한세상을 살다 가듯이 기업도 한평생을 살다 간다.
인간은 태어나서 대략 25세까지는 부모나 사회의 보살핌 아래 독립생활을 위한 준비과정을 거쳐 다 성장한 다음부터는 각자의 생을 열심히 살다가 활동할 수 없는 나이가 되면 은퇴해 노후를 보내다가 체력이 다하게 되면 자신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

기업도 창업으로 태어나며 그 목적 실현을 위한 준비과정을 거쳐 개업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영업활동을 시작해 그 고유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살다가 당해 기업의 업종이 사양단계에 접어든다거나 경영자의 능력부족 등으로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입장이 돼 도산한다든가 하면 해산절차를 거쳐 청산을 하게 돼 그 생명을 마감하게 된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매 회계기간 말일을 기준으로 해 재무제표를 작성해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를 한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들이란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채권자·거래처·국가(특히 세무관서)·고객·노동조합(종업원)등을 말한다. 모든 개인기업과 결산기말을 12월31일로 하고 있는 법인기업들은 매년 2월쯤이면 지난해의 실적을 이들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하기 위한 재무제표를 작성하느라고 분주하다.

재무제표에는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또는 결손금처리계산서)·현금흐름표 그리고 이들의 각 부속명세서가 포함된다. 대차대조표란 일정 시점의 기업의 재무상태, 즉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해 남은 자본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표이고, 손익계산서란 일정기간의 기업의 경영성과, 즉 그 기간동안에 얻은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해 손익(이익 또는 손실)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표이며,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란 일정기간에 이월이익잉여금이 어떻게 변동됐으며 그 결과 남은 나머지와 당기순이익을 포함한 이익잉여금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표이고, 현금흐름표란 일정기간 동안에 현금자금이 어떻게 얼마가 조달돼 어떻게 얼마가 사용됐는가를 나타내는 표이며, 각 부속명세서들은 위의 네가지 주요 재무제표의 각 과목들에 대한 명세서이다.

매년 2, 3월이면 직업이 직업인지라 나는 관련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포함한 결산서 작성을 도와주거나 어떤 기업의 경우에는 작성해 놓은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는 일을 한다. 그러는 가운데 '人生 財務諸表'를 생각해보곤 한다.

사람에게 있어서 자신의 이해관계자들이란 누구누구일까? 가까이에서부터 수평적으로 보면 가족·이웃·지역사회·국가 등이 될 것이다. 수직적으로 본다면 조상·자손·창조주 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보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가족·부모형제들·은사님들·선후배들·친구들·일터의 동료들이 될 것이다.

흔히 사람의 평가는 그 사람의 관 뚜껑을 덮은 다음에나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일생에 단 한번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이 된다. 너무 길지 아니한가? 따라서 매년 작성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아니할까 싶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자산은 얼마이고 부채는 얼마인가? 그래서 부채를 다 갚은 후 나머지 자본은 얼마인가를 보기 위해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보자. 지난해에 내가 한 일은 무엇무엇이고 거기에 든 비용은 얼마나 되는가? 그 결과 순이익(순손실)은 얼마나 되는지 손익계산서를 빼보자. 내 인생의 투자자들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배당을 조금이라도 해줄 수 있는지 반성해 보기 위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적자인생을 산 사람들의 경우는 물론 결손금처리계산서가 될 것이다)도 작성해 보자. 마지막으로 인생의 흑자 도산을 막기 위해서 지난해에 내 인생자금은 어디서 얼마를 조달해 어디로 얼마나 사용됐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현금흐름표도 작성해 보자.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한 각 부속명세서도 빼보고…. 하지만, 하지만 작성해 보면 남는 게 없다.



부모님 날 낳아서 고이 길러 주시었고/선생님 날 가르쳐 바른 길 가래셨지/그 빚을 언제쯤이나 갚을 수가 있을까//불혹고개 넘고 보니 뭔가 조금 남을 듯해/분칠하며 결산서를 작성하여 보았지만/내 인생 貸借對照表는 자본잠식 뿐이네.//부모형제 스승친구 그 밖에도 많은 분께/느느니 부채뿐이오 세금마저 체납 지경,/올해의 損益計算書도 순손실이 뻔하네.//내 생애 이해관계자 수없이 많고 많아/투자해준 그분들께 배당 좀 해주려도/해마다 財務諸表는 부도직전 상태네.//그래도 아쉬움에 장부 증빙 뒤져보니/땀도 흠뻑 적셔있네 정도 담뿍 배어있네/첨부된 附屬明細書에는 아들딸도 있다, 있어… <졸작 시조 "오래된 골목길을 걸으며…">



그래도 작성해 보자. 비록 매년 순손실만 발생해 적자가 누적돼 부도직전인 상태일지라도….

지난해의 '인생 재무제표'를 정확히 작성해 봐야 이를 토대로 새해의 인생경영계획을 보다 잘 세울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것도 경제적 재무제표보다는 정신적 재무제표를 말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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