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우칼럼]부도기업의 징후

2006.06.19 00:00:00

2.재무측면


필자는 부도기업의 법정관리시 조사위원이나 회계부문의 감정인으로 여러번 일한 적이 있다. 일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과거 재무자료를 분석해 보면 부도가 왜 났는가에 대한 공통분모가 나온다.

자금조달의 추세를 보면, 먼저 부채가 늘어난다. 늘어난 부채는 대개가 부동산에 투자된다(어쩌면 필요이상의 부동산이니 투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부채의 구성비율이 달라진다. 즉 장기부채가 줄어들고 단기부채가 늘어난다. 이어서 단기부채 중 이자율이 고율인 부채가 늘어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채(私債)를 쓰기 시작한다.

채권자의 추세를 보면, 건전할 때에는 은행의 돈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다가 제2금융권인 보험회사, 상호저축은행 등의 채무 비율이 높아진다. 급기야는 제도권 밖인 사채업자가 나타나고 점점 그 의존도가 높아가다가 부도에 이른다.

재무 측면을 보면,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이자부담이 늘어나니 순이익이 줄어든다. 결국 결손에 이르게 되고, 그대로 결산을 하면 금융권이 돈을 주지 않으니 분식결산을 하게 된다.

분식결산 방법도 초기에는 재고자산 고정자산 매출채권의 과대계상, 고정자산의 감가상각의 과소계상, 매출채권 등의 대손상각의 과소계상 등의 비교적 고전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그것으로 안되면 결국 부채를 빼 버리는 마지막 방법이 동원된다.

그러다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지 않으면 도산하게 될 것이 뻔하므로 어려운 줄 알면서도 자기자본의 조달이 어려운데도 무리하게 신규사업에 진출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투하자본의 회수시기가 되기도 전에 부도가 나게 마련이다.

자기자본은 '몸', 타인자본(부채)은 '옷'에 비교해 볼 수 있다. 운동 등으로 몸을 건강하게 해야지, 옷으로 치장해 잘 보이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과거 성장 위주 자본축적기에는 인플레이션 정책으로 은행 돈을 가져다가 아무 땅이라도 사 놓으면 장땡이었다. 지금은 부동산실명제 등으로 가격이 안정돼 오히려 이자부담만 늘어나고 자금이 사장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니 과도한 부동산에의 투자는 망하는 길로 통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주력기업이 병들어 건강하지 못할 때에는 우선 그 뿌리기업부터 건강을 되찾게 해야 된다. 뿌리가 병든 상태에서 줄기나 가지 그리고 잎이 건강할 수는 없잖는가. 그리고 뿌리기업도 옷으로 치장하기보다는 운동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자. 건강미가 넘치는 얼굴이면 누구나 부러워할 것이다. 그 다음 신규사업에 진출하자.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무너지는 것보다 적게 버는 것이 낫다"고 설파해 일본 전철 등 20여개 기업을 재건시킨 일본의 '히야가와 가네소'씨의 정신을 배울 때라고 생각한다.


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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