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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정부가 많은 혜택과 함께 제재규정을 두며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도 일부 음식점이나 점포 등에서는 신용카드로 결제하고자 하려면 '요금의 10%를 더 내라', '단말기가 고장났다', '아직 단말기 설치를 못했다'고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버젓이 '우리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하는 업체도 간혹 있다. 이들은 대부분 세금을 안 내려거나 적게 내려는 업체들로 이해된다.
그러나 지난달 뉴욕여행을 갔다 그곳 맨해턴에 직장을 갖고 있는 친지의 소개로 맨해턴 아래 브룩크린에 있고 뉴욕에서 제일 유명하고 맛있다는 P.스테이크 하우스를 소개받아 8명이 예약하고 갔었다. 그 집은 지난 '50년동안 '탑 스테이크 하우스'로 선정, 발표됐다는 설명에 큰 기대를 하고 도착해 보니, 우선 건물이 허름한 2층 집이었고 실내 시설이나 장식도 한국에서 일류 식당이라는 곳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낡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또 놀란 것은 식당 입구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 모두들 서있는 것이다. 이 집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느냐고 했더니 예약했어도 일행 중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다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앉아서 기다릴 의자도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일행 중 한명이 예약시간보다 25분 늦게 와 7명이 25분을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기다리며 알아보니 예약을 했어도 지정좌석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예약손님이 다 오면 빈 좌석에 순서대로 앉히는 시스템으로 좌석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만약 우리 일행 중 한명이 25분 늦게 왔는데도 자리를 먼저 준다면 25분후에나 주문을 할테니까 그 시간만큼 8석이 활용되지 못하는 비효율을 없애기 위한 합리적인 운영방안이라 생각했다. 음식은 소문대로 맛있고 특색있었으며 소스나 디저트도 소문대로 일품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놀란 것은 신용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결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계를 리드(?)해 나가고 최상의 정보와 최고의 신용사회를 구현해 나가는 나라로 이해하고 있는 미국에서, 그것도 미국의 최고 도시이고 최상의 음식점에서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니 이곳에서도 조세회피 목적으로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순간적으로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곳에서 사는 친지의 설명으로는 굳이 카드 수수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고 그만큼 음식의 질을 높여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 집의 주장이라는 것이다. 물론 신용사회에 부합되지 않고 현금을 소지하지 않은 고객을 당황케 하는 영업정책이지만 성실한 납세에 따른 그들의 당당함과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지속되는 명성이 부러웠고 한국에서도 탈세목적이 아니고 성실히 납세하며 떳떳하고 당당하게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신용카드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일류 레스토랑이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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