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저성장 시대의 재정운용

2005.08.22 00:00:00

곽태원(郭泰元) 서강대 교수


 



우리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 모두가 걱정을 하고 있다. 특히 재정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경기회복은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그러나 이것을 위해서 재정수단으로 할 일은 많지 않다. 오히려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회복이 비효율적 재정운용을 합리화하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재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할 분야는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의 확충과 관련된 분야라고 생각된다. 주지하는 것처럼 우리 경제는 최근 수년간 성장잠재력의 하락을 경험하고 있으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더욱 빠르게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 경제 사회의 대부분의 당면문제 해결은 충분한 성장을 필요조건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중·장기 정책과제는 성장잠재력의 확충이라고 본다. 그러면 재정부문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는가?

우선 재정규모를 늘리는 것은 조세의 부담증가를 통해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자원배분의 왜곡을 통한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재정규모를 최적 수준으로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 경쟁촉진과 경제주체들의 의욕 고취를 통해서 자원배분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대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세입정책과 관련된 여러가지 수단들을 합리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것은 재정자금의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두번째로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분야의 우선순위를 높이고, 그렇지 않은 부문의 지출은 우선순위를 낮추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조정은 크게 분류된 부문간에도 이뤄져야 하지만 부문내에서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부문은 어떤 곳들인가? 생산요소 투입량에 의한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은 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길 밖에 없다. 인적자원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기술 및 지식집약적인 산업 중심으로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바꿔가야 희망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은 이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부문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교육과 과학기술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등교육부문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효율 위주의 지원보다는 형평원리에 기초를 둔 관리 중심의 지원을 지향하고 있어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기초과학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이 없이는 산업기술의 지속적이고 선도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가 21세기에 진정한 선진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의 획기적인 질적 향상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초중등 교육에서도 창의성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보다 어떻게 보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재정집행의 효율성 문제이다. 보다 작은 재원을 갖고도 운영 여하에 따라서는 훨씬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내의 여러 조직들은 예산확보 경쟁에는 열을 올리면서 비용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예산관련 사업의 선택에 있어서 그 타당성을 보다 철저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성장이야말로 실업을 해소하고 빈곤을 퇴치하며 우리의 재정을 건강하게 하는 최선의 대안이다. 점점 불안정해 가는 국제정세속에서 이것은 중·장기적으로 최선의 안보전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분배나 복지를 무시하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성장과 분배는 같이 가야 하는 것이며,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성장이 분배를 악화시킨다는 논리는 시장경제의 경쟁원리를 과도하게 왜곡한 것이다. 경험적으로 성장은 절대빈곤을 획기적으로 해소하는 역할을 해 왔으며 소득이 높은 국가들이 저소득 국가들보다 일반적으로 분배가 더 균등하다는 사실은 성장이 분배 개선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변수가 됨을 말해주는 것이다. 재분배 정책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은 재분배 정책이 인센티브를 과도하게 왜곡시키도록 설계되고 비효율적으로 집행돼 온 경험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재정에서 사회복지 지출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아 보이지만 이미 채택된 사회보장제도가 성숙단계에 들어가면서 사회복지관련 지출의 증가는 매우 급속하게 이뤄질 것이다. 또한 분류는 사회복지비로 되지 않지만 사실상 소득이전적인 성격의 예산 비중도 만만치 않다. 현 단계에서는 이러한 사회보장제도가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구체적인 기반을 다지는 일이 사회복지 예산의 증액을 도모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분배 개선과 사회적 위험해소 정책은 우리사회의 결속을 다지고 경제의 체질을 더욱 건강하게 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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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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