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신속통관과 통관안전

2005.10.27 00:00:00

박광수(朴光洙) 한국관세사회장


 

오는 11월12일부터 19일까지 부산에서 APEC 회의가 개최된다. 특히 18일∼19일에는 미국 부시 대통령, 중국 후진타오 주석 등 21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9월5일 경주에서 관세청 주관하에 APEC 세관-민간 대화(APEC Customs-Business Dialogue)가 개최된 바 있었다. 세관-민간 대화의 주제는 무역원활화와 교역안전의 균형과 조화에 관한 것으로, 교역안전의 확보를 위해 민간업계의 이해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홍보하고 민간업계의 협조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회의는 형식상 무역원활화와 교역안전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내용이었지만 그러나 실제 토의는 원활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이 주제였다.

교역안전(Security of international trade supply chain)은 2002년도부터 WCO가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당초 개념에는 국제범죄뿐만 아니라 허위신고에 의한 탈세, 밀수 등 불법무역과 환경·위생 등 사회안전 보호 등 넓은 의미였으나 최근에는 테러, 조직범죄, 불법자금 세탁 등 국제범죄 방지 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WCO는 금년도 6월 무역의 원활과 안전을 위한 '표준틀(Framework of Standards)'을 마련했다. 표준틀의 핵심요소는 ①적하목록 정보의 사전입수 ②철저한 위험관리 ③수입국의 요청에 의한 선적지 검사 ④업계의 편익 증진의 네가지이다. 또한 표준틀의 추진축은 두개의 축으로 외국세관과 협력관계, 그리고 세관-업계의 협력관계를 축으로 한다.

통관행정을 통해 교역안전을 실천하는 방안은 '통합물류공급망관리(Integrated Supply Chain Management)'이다. 우선 통관행정에 있어 정보기술을 이용하고, 수출입신고 및 적하목록의 제출시기를 선적전 그리고 입항전 24시간전으로 해 우범물품을 사전선별하며, 신고사항은 외국세관과의 정보교환을 위해 WCO 데이터 모델에 의하고, 화물은 이동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고유부호(UCR)를 부여하며, 검역·검사기관 등 관련기관과 싱글윈도우를 구축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무역원활화와 교역안전의 실천방안으로 WCO가 제시하는 통관제도 또는 절차를 비교해 보면 무역원활화 방안에 개정교토협약이 포함돼 있지만 교역안전에서는 이것이 없다는 것이 다를 뿐이고, 우범관리, 전산기술의 이용, WCO 데이터 모델, 화물부호(UCR) 부여, 세관-업계의 협력관계 구축 등 대부분 양쪽이 모두 같다. 다시 말하면 어느 관점에서, 어느 목적을 위해 제도를 운용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세관-업계의 협력관계도 원활화에서는 성실납세자 중심으로 선정되지만 교역안전에서는 제조자, 판매자, 창고업자, 운송업자, 관세사 등 공급망 선상에 있는 경제 주체들이 해당된다. 무역원활화에서는 업계에 통관시간과 비용절감 등 혜택을 제공하나 세관에 대해서는 세관의 기능과 권한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교역안전에서는 업계에 책임과 부담을 주나 세관에 대해서는 업계의 책임분담에 의한 행정효율성 제고, 세관의 권한과 기능 확대를 가져온다.

무역원활화보다 교역안전이 더욱 긴요하다는 전제는 세가지 전제에 입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첫째, 국제무역은 국가발전 및 경제에 매우 중요하지만 탈세·밀수 등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테러 등 국제범죄에 이용될 취약성이 많다는 점이고 둘째, 무역원활화에 착오가 발생하면 사후 추징 등 복구가 가능하고 설사 그 착오를 발견하지 못해 복구하지 못하더라도 중대한 피해는 아니나 교역안전의 착오는 복구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한다는 점이고 셋째, 수입국의 안전보호를 위해 수출국이 협력할 책임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 관세청은 '2010 세관현대화 비전과 추진전략'을 수립한다고 한다. 그간 신속통관을 위해 운용했던 제도와 절차를 차제에 통관안전에 착안해 정비·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직제개편도 필요할 것이다. 교역안전은 정보기술의 이용과 세관통제(customs control)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2005년도에 들면서부터 WCO가 '표준틀'을 제시함으로써 세관행정의 국제 패러다임이 신속통관에서 교역안전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수출물품의 사전신고, 우범선별, 선적전 검사도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해 차제에 우리도 테러 등 국제범죄 방지라는 좁은 의미의 교역안전뿐만 아니라 그간 느슨해졌던 세관 본연의 통관안전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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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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